현대차 노조가 성과급을 더 받기위해 새해벽두부터 일으킨 불법파업 사태가 16일 시작된 노사간 대화와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 쇼크'를 계기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과급을 놓고 노사 모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지루한 '기싸움'을 벌여온 노사는 이날 오전 윤여철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자들간 만남이 전격 이뤄져 협상의 물꼬를 텄다.

더욱이 성과급과 관련한 협상은 지난해 임금협상의 연장선에서 보충교섭이 되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온 노조가 회사 측의 '간담회'방식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이날 밤늦게까지 노사 실무자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노사는 이날 첫 대화에서 지난 해 연말 지급하지 않은 성과금 50%를 회사 측이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미지급 성과금 50%를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회사 측이 지난 해 말 노조의 정치파업과 성과금 사태로 발생한 생산차질을 만회하는 조건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해 17일 오전 윤여철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직접 만나 결정하기로 했다.

노조는 성과급 사태로 빚어진 노조간부에 대한 고소(폭력,업무방해) 및 손해배상청구소송(10억원)을 회사측이 취하할 것과 지난 10일 본사 상경투쟁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한 월차휴가를 인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윤 사장과 박 위원장이 만나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성과급 지급 여부가 '지급' 쪽으로 흘러가면서 회사 측에서 어느 정도 명분만 서면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일단 17일로 예정된 주·야간조 6시간 부분파업은 그대로 하기로 했으나 부분적으로 파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초강경 투쟁분위기에서 그나마 '대화모드'로 급선회한 것은 불법파업에 대한 범 국민적 비난여론이 드세지고 있는데다 이날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의 비리 혐의가 드러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도 10대 집행부 당시 노조 사무국장이라는 핵심간부직을 맡았기 때문에 도덕성을 강조하는 노동조직의 특성상 결코 이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

또한 정부는 노조의 파업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사태 장기화시 공권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이날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유기 노조위원장에 대해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하는 등 사법당국의 강력대응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노조로서도 하루빨리 성과급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하고 있다.

회사측도 협상에 스피드를 내고 있다.

파업에 따른 대내외적인 이미지가 계속 실추하면서 생산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하루라도 빨리 파업을 중단해야 하는데다 노조가 일단 '교섭위원 전원 교섭'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기 때문에 회사의 살길을 찾아야겠다는 긴장감을 안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