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의 예전 경영스타일은 '논리와 토론을 즐긴다'였다.

그는 사장들과 마주앉을 때면 항상 기상천외한 질문을 던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업무보고를 위해 들어온 A사장에게 갑자기 '업(業)의 개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A사장이 어렵게 답을 하면 '그렇다면 전자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다시 답을 하면 '한국과 일본,미국의 전자산업이 어떻게 다른가' '동남아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얼마인지 아는가' 등의 질문을 이어서 던진다.

결국 A사장은 백기를 들고 만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자신이 맡고 있는 사업의 본질과 경쟁환경 등을 망라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식이다.

이처럼 직설적이기까지 한 이 회장의 질문세례 때문에 사장들은 매번 보고 때마다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은 이런 직접적인 토론보다는 큰 틀을 제시하는 경영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창조경영'처럼 특유의 직관력으로 미래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에는 변화가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이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력이다.

실제 이 회장이 1990년대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들 중 상당수는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1992년 10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회장은 '대북투자'와 관련,"북한에서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다면 금강산에 관광코스를 만들고 호텔을 지어서 실향민들을 실어나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북사업이 처한 어려움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던 것.

1993년 8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의 선견력은 드러난다.

이 회장은 당시 "과거 50년보다 앞으로 10년,20년 동안 바뀌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전기·전자 비중이 지금은 25∼30%이지만 10년이 지나면 50% 이상으로 커진다"며 산업 간 복합화 현상(컨버전스)을 예견했었다.

또 이 회장은 1996년 이탈리아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차세대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에 달렸다"고 강조했었다.

그의 예견대로 삼성은 지난해 디자인을 강화한 '보르도' LCD TV로 일본의 소니를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