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美크라이슬러에 부품 대규모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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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남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오하이오주 북동부의 소도시 톨레도.현대모비스가 미국 자동차업계 '빅3' 중 하나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공장 부지 안에 모듈 생산라인(OMMC)을 세워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곳이다.
톨레도는 박세리가 미국 LPGA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곳이어서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
현대모비스는 이 공장에서 크라이슬러의 2007년형 지프 랭글러에 들어가는 컴플리트 섀시 모듈을 만든다.
이 제품은 차량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 프레임에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시스템 조향장치 등 300여개 부품을 장착한 모듈(부품 덩어리)로 완성차의 40%를 차지한다.
크라이슬러 톨레도 공장은 현대모비스와 독일 쿠카(차체 제작),캐나다의 마그나(도장 작업) 등 3개 협력사 공장을 완성차 조립 라인과 연결시킨 서플라이어 파크(부품사 협력단지)로 각 협력사들의 역할 분담을 통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완성차 입장에선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품질 향상까지 꾀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이다.
외벽을 흰색으로 칠해 깔끔한 느낌을 주는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백인과 흑인 근로자들이 기계와 어울려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공정은 2개의 메인 라인과 5개의 서브(보조) 라인으로 이뤄져 있다.
작업이 시작되는 곳은 프레임(차량의 바닥부분) 서브 라인.프레임이 라인을 따라 흐르자 근로자들이 기어를 장착하고 연료 탱크를 조립했다.
RFID(전자태그) 시스템이 구축돼 각 부품이 라인에 들어설 때마다 천장에 달린 모니터가 바코드로 확인한 뒤 통과시켰다.
메인 라인에서는 프레임에 액슬(차축)과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충격 흡수장치) 코일(스프링) 머플러 등을 끼워넣었다.
다음엔 엔진과 브레이크를 프레임에 앉힌 뒤 앞뒤 범퍼를 붙였다.
특이한 점은 처음엔 거꾸로 뒤집혀진 프레임에 부품을 장착하고 두 번째 메인 라인으로 이동하기 직전에 기계가 프레임을 올바로 돌려놓는다는 것.프레임 하부를 조립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도 작업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생산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작업은 여기까지다.
기름만 넣으면 달릴 수 있는 상태의 컴플리트 섀시 모듈은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과 연결된 천장의 컨베이어 라인을 타고 옮겨진다.
박철호 생산부장은 "이렇게 완벽한 상태의 컴플리트 섀시 모듈을 완성차 조립 라인에 넘기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크라이슬러 입장에서는 엔진과 타이어 공장을 별도로 지어야 하는 수고를 던 셈"이라고 말했다.
OMMC의 생산직 근로자는 320여명.지프 랭글러가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주문이 밀려 있어 미국 자동차공장 치고는 드물게 주·야간 근무조가 하루 여덟 시간씩의 정규 작업 외에 두 시간씩의 잔업까지 총 20시간 일하고 있다.
타이어 조립 라인의 팀장인 크리스씨는 "작업 환경과 분위기에 아주 만족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당초 크라이슬러에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모듈을 다년간 공급키로 했지만 최근 연간 4200억여원으로 공급 규모를 대폭 늘렸다.
박상규 OMMC 법인장(상무)은 "단순한 모듈 조립업체에서 벗어나 차량 설계 때부터 모든 작업 과정에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함께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 각각 연간 30만대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 공장도 올해 가동할 예정이다.
톨레도(미국 오하이오주)=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