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임제 개헌 제안이 불과 하루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한나라당의 반대에 이어 민노,민주,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이 모두 노 대통령과의 개헌 회동 자체를 거부,여론몰이를 통해 정치권을 개헌논의에 끌어들인다는 청와대의 의도에 급제동을 걸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개헌과 신당 추진 사안을 구분하겠다"며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청와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불과 하루 만에 노 대통령의 '말발'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초래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靑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11일 예정됐던 노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개헌안 논의를 위한 오찬 회동에 제동을 건 것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이었다.

당초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 3당은 참석 쪽으로 방침을 정했으나 민노당이 10일 당론으로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노 대통령과의 회동에도 불참키로 입장을 번복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은 "개헌 제안은 시기적으로나 방식면에서나 부적절하기에 반대한다"며 "노 대통령과의 오찬에도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곧이어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개헌 논의라는 게 여야 정당 간의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야당들의 불참으로 내일 오찬이 개헌논의의 장이 될 수 없어 불참키로 결정했다"고 밝혔고,국민중심당도 전화로 긴급 지도부 회의를 갖고 "정략적 개헌 논의에 당이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한나라,개헌제안 철회 공세 강화

일찌감치 개헌 제안을 거부한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제안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한나라당은 결의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 주장은 국정실패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정국주도권 장악과 재집권을 위한 국면전환용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국정파탄의 1차적 책임자인 노 대통령은 개헌제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는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게 된다"면서 "일체의 개헌논의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靑 "개헌은 차기 대통령을 위한 것"

청와대는 개헌 제안이 불과 하루 만에 정치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치자 다소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회동 보이코트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여론몰이를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 개헌시기에 대한 부적절한 의견이 많이 나오자 야당이 반대로 돌아선 것 같다"며 "애초부터 정치권의 지지는 크게 기대하지 않은 만큼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이날 헌법기관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시간적으로 발의 전 준비기간을 합치면 (개헌까지) 4개월이면 된다.

1987년 예를 비교하면 두 번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며 시기적으로 촉박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갈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기정사실화했으며,전해철 민정수석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국민의 여론이 받쳐준다면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이심기·김인식·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