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삼총사' 멤버 김형은이 끝내 10일 오전 사망하자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연예계의 대형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 부재와 함께 안전사고 불감증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미녀삼총사'는 지난해 12월16일 강원도 용평 스키장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영동고속도로 속사나들목 부근에서 타고 가던 카니발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며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운전석 바로 뒤에 타고 있던 김형은이 중상을 입어 결국 한달 남짓만에 숨을 거두게 됐다.

같은 차에 타고 있던 장경희는 골반뼈가 으스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심진화는 무릎이 골절됐다.

이 사고로 인해 연예계 매니저들의 위험천만한 운전 습관과 함께 그런 운전 습관을 낳는 연예인들의 무리한 스케줄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형은의 소속사 개그스테이션은 10일 오후 "사고 당일 스케줄은 하나뿐이었고 오전 내내 푹 쉬다 오후에 출발한 것이었다.

무리한 스케줄 탓은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확인 결과 이날 사고가 애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빙판길 사고도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고 원인을 두고 운전 과실 등의 논란이 일게 됐다.

과거에 비해 연예계에도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는 촌각을 다투는 무리한 스케줄 소화가 자랑 아닌 자랑거리인 것이 사실이다.

인기 있는 연예인일수록 하루 몇 건씩의 바쁜 스케줄이 잡혀 있고 그런 스케줄에 늦지 않게 연예인을 태워가는 것이 매니저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운전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고 오랜 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피로감으로 인해 졸음 운전이나 과속 운전을 하게 된다.

바쁜 스케줄은 연예인뿐 아니라 매니저 역시 극도로 피곤한 상태로 내몰게 되며 이 과정에서 한순간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 특히 연예인을 시시각각 보호해야 하는 매니저는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연예인보다도 잠이 부족한 현실이다.

지금껏 연예계 대표적인 교통사고를 살펴보면 2004년 그룹 원티드와 동방신기가 20분 간격으로 잇달아 교통사고를 당해 원티드의 멤버 서재호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그룹은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나란히 강원 강릉시 경포대 쪽으로 공연을 위해 가던 길이었다.

무리하게 이어진 지방 스케줄이 부른 사고였다.

2003년 7월에는 보아ㆍ플라이투더스카이의 매니저가 지방 공개방송을 마치고 돌아오다 빗길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2002년 9월에는 드라마 촬영차 이동하던 신화 멤버 김동완의 승용차가 트럭을 추돌, 동승했던 코디네이터가 사망하고 김동완도 크게 다쳤다.

이들 사고를 살펴보면 연기자보다는 가수 쪽에서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미녀삼총사 역시도 개그맨 활동을 중단하고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 사고. 음반을 발표하고 단기간에 많은 무대에 서며 홍보를 해야 하는 가수의 특성상 위험한 수준의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태운 차량이 교통법규를 지키기 힘들다.

경광등에 사이렌까지 울리며 차선을 무시한 채 달리는 것은 기본.

문제는 이렇듯 사선을 넘나드는 운전 행태와 스케줄에 대한 경각심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짝 제기됐다가 이내 사라진다는 점이다.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는 것.

일부 매니저들은 이번 사건을 연예계 안전 불감증 탓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것도 다 예전 일이다.

요즘엔 무조건 안전 운전을 하려고 한다.

사고가 나는 것보다는 약속 시간에 좀 늦는 게 나은 것 아니냐"며 "'서울-부산 2시간 주파' 식의 운전방식은 흘러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며 일반인에게도 흔히 있을 수 있는 교통사고 수준"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망 사고가 엄연히 벌어지는 현실에서 연예계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