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디자인'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1980년대에 검은색 디자인의 전자제품이 주를 이루다 1990년대에 은색에 자리를 내줬는데 최근 다시 '블랙 디자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1980년대에는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광택이나 윤기가 나지 않는 '매트 블랙(matte black)'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빛을 반사해 광택을 내는 이른바 '글로스 블랙(gloss black)'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과 소니 등 전자제품의 디자인을 주도해 온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블랙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며 공세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소니는 휴대용 게임기인 글로스 블랙 디자인의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을 출시했으며 애플사도 은색 및 흰색 제품을 주로 출시했던 관행을 깨고 최근 검정색 아이팟을 내놓았다.

애플은 검정색의 맥킨토시 노트북을 선보였으며 조만간 출시하는 애플의 최초 휴대폰도 검정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세련된 디자인의 스마트폰인 블랙잭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성전자의 휴대폰 울트라 에디션과 LG전자의 초콜릿폰도 블랙 디자인을 주로 사용했다.

가구에도 검정색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이너인 마틴 바스는 블랙을 활용한 가구를, 스웨덴 프론트사는 젊은 디자이너의 작품을 토대로 다양한 검은색 스탠드를 선보였다.

검정색은 다수 소비자들이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데다 칠하고 말리기 쉽기 때문에 공산품 원가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1980년대 검은색 전자제품이 유행한 것도 제품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가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검정색 돌풍은 원가 절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IHT는 분석했다.

일례로 애플이 검정색 아이팟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기판에 독특한 광택을 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등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또 전쟁과 테러,환경파괴 등 최근의 정치 사회 현상과 검은색의 인기가 무관치 않다고 IHT는 진단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