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가 정해년(丁亥年) 돼지해를 맞아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황금돼지의 해'가 근거없는 속설이라는 분석이 대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올해 유통가를 움직일 재료를 보면 마냥 터무니없는 소리로 치부할 일도 아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형 소비 패턴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도 낙관론이 우세하다.

소비자들이 두툼해진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올 최대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에 영향을 미칠 시장 변수들이 우호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의 '기대'처럼 시장 분위기가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다.

우선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4%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성장률도 대부분 수출이 이끌 것으로 보여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유통업체로선 쪼그라들고 있는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유통업체들은 몸집 키우기와 해외진출 등에서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유통업계의 '큰손'인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매장 신설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삼성테스코 뉴코아 등도 수천억원을 쏟아부을 태세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전국 노른자위 상권 선점을 겨냥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쇼핑은 올 한 해 동안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대대적인 다점포 출점을 통해 '롯데=유통강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올해 사업자금으로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롯데마트의 다점포 출점엔 지난해보다 배가 늘어난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수준인 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같은 작전이 마무리되면 롯데마트는 현재 42호점인 점포가 올 연말까지 55개로 늘어나며,백화점의 경우엔 미아점과 러시아점이 문을 열고 부산 센텀시티점도 착공한다.

신세계도 공격경영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국내 10개점과 중국 5개점 등 총 15개의 대형 마트를 새로 열기로 했다.

백화점의 경우엔 죽전점과 광주 복합몰을 개점하고 부산 센텀시티점도 착공한다.

여주엔 명품 할인점인 '첼시 아울렛' 1호점도 선보일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올 한 해 동안 할인점 6000억원,백화점 4000억원 등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를 '제2창업'의 원년으로 잡고 다점포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3월 청주점과 아산점을 착공하고,농협유통과 공동으로 대형 마트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지난해(18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5000억원의 사업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업체 간 다점포 출점 및 사업다각화,M&A 경쟁이 활기를 띨 것 같다"고 말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의 대약진도 올 유통가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장터(오픈마켓)의 급성장으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은 올해 시장 규모가 15조9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5% 더 늘어나고,2009년에는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서 백화점업태를 제치고 대형 마트와 함께 2대 유통업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에는 롯데쇼핑의 홈쇼핑 진출로 대기업 중심의 TV홈쇼핑 성장과 인터넷장터 급성장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GS CJ 현대 등 홈쇼핑 '빅3'와 롯데로 경영권이 넘어간 우리홈쇼핑의 시장 확대전이 볼만해졌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선 시장 진출 10년째를 맞아 성숙기에 접어든 대형 마트와 백화점을 대신해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몰 등 새로운 업태의 출현도 예견된다.

상반기 중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이 경기 여주에 첫 점포를 열고 본격적인 명품아울렛 시대의 막을 연다.

카테고리 킬러분야의 약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미 ABC마트(신발),B&Q(가구),코즈니(생활용품),킹코스(복사) 등이 국내에 진출해 기반을 닦았다.

올해는 GAP,ZARA 등 SPA형(기획부터 판매까지 전담) 의류 전문점이 국내에 들어온다.

여기에 세계적 가구업체인 스웨덴 이케아(IKEA)의 국내 진출도 예고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는 복합쇼핑몰 시대도 본격 개막된다.

기존 백화점 대형마트 로드숍 등 개별 형태의 유통업태들이 한곳에 어우러진다.

여기에 극장 문화관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미돼 레저와 쇼핑이 결합된 가족형 테마쇼핑몰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당장 올 상반기 경기 용인 죽전에 신세계 복합몰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신세계의 부산센텀시티 내 복합쇼핑몰,이어 수도권에선 2012년께 롯데의 김포공항 내 스카이파크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저성장시대에 들어선 식품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몸집 불리기와 될 만한 사업에 진출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