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 3위인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인도의 비디오콘(Videocon Industries)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RHJ International) 컨소시엄의 매각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3일 대우일렉 채권단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지분 57.4%)를 비롯한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대부분이 비디오콘측 매각안 수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각 주관은행인 우리은행은 전체 채권금융기관의 의견을 종합해 다음 주 양해각서(MOU)를 공식 파기할 예정이다.

지분 97.5%를 가진 채권단은 지난해 9월 비디오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매각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대우일렉이 환율 급락에 따라 적자를 내자 비디오콘은 당초 제시한 가격에서 13%를 깎아줄 것과 채권단 여신의 상당부분을 전환사채(CB) 등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백억원을 깎아주기도 어려운 데다 신규로 투입하기로 한 1800억원마저도 구조조정 등에 쓰면 채권단에 돌아오는 몫은 거의 없어 동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주관은행이 이번 주말까지 각 기관의 입장을 취합한 뒤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 추가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뒤 적절한 때 재매각키로 하고 이미 삼일회계법인 등을 통해 대우일렉에 대한 실사에 들어갔다.

다만 채권단은 비디오콘이 새 제안을 내놓을 경우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