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 위해 침실의 기쁨 무시한 아내" 잠재의식

2008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경쟁 선두주자로 꼽히는 클린턴 힐러리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도가 좀처럼 뜨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악관을 8년간이나 지킨 퍼스트 레이디에서 뉴욕주의 재선 상원의원으로 화려하게 변신, 최고의 자금력과 인맥을 다짐으로써 힐러리는 단연 민주당 대권 후보 첫 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10%대를 맴돌며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은 왜 힐러리를 미워하고 싶어할까?"

이같은 질문에 대한 첫번째 해답은 그가 오지랖 넓은 백악관 안주인이었다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퍼스트 레이디는 '너무 나서지 않고 남편인 대통령의 업무를 조용히 도와야 한다'는 기대가 있는데 힐러리는 이를 무너뜨렸다는 것.

미국 잡지 '마더 존스' 신년호는 힐러리가 문맹퇴치, 청소년 마약중독, 고속도로 미화작업 같은 퍼스트 레이디들의 전통적인 과제에 매달리기보다는 미국 전체의 의료시스템을 뜯어고치려 하는 등 튀는 행보를 보인게 국민들의 '깊은 공포와 어두운 미움'을 불러일으키게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주리대의 베티 윈필드 교수는 "힐러리가 내조라는 기대 역할을 벗어난게 국민적 상처가 됐다"고 분석한 것으로 잡지는 전했다.

그러나 미국인, 특히 남성들이 힐러리를 미워하는 보다 뿌리깊은 이유는 힐러리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침실의 기쁨을 무시한 아내"라는 현대 남성들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공포를 구체화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잡지는 진단했다.

중년의 결혼생활은 그러잖아도 빠듯한 가계와 직장생활의 고단함, 육아의 어려움 등으로 험난하게 마련인데 남편보다 더 낫거나 못하지 않으려는 아내의 욕구는 남편에게 또다른 스트레스임을 미국인들은 무언 중에 알고 있다는 것.
힐러리는 "여성 혁명 이래 삶을 함께 꾸려나가려는 모든 부부들의 마음에 잠재해 있는 실존적 공포의 화신"이라고 잡지는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