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참여정부 비판하면 욕부터 해대며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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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키는데 정작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소설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합니다.
일부에서는 제 소설을 정치소설로 파악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 한 권 냈다고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설가 이문열씨(58)가 노무현 정부와 햇볕정책,386세대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장편소설 '호모 엑세쿠탄스'(민음사,전3권)를 펴냈다.
제목은 '처형하는 인간' 이란 뜻의 조어다.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은 총 45장으로 구성된 책의 36~37장에 집중돼 있다.
퇴역 정치인,검찰과 경찰,안기부 고위 공무원,퇴역 장성들이 양평의 남한강변에서 벌이는 '한야(寒夜)대회'가 그것.
먼저 옷 벗은 장군들의 모임이라는 낙성(落星) 분회의 한 인물이 주적(主敵)의 부재를 강조한다.
"주적을 잃어버린 군대에게 이 밤은 춥다.
북한을 주적으로 경계하고 있다가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제독은 진급에서 누락돼 퇴역하고 북한의 기습공격을 받고도 주적이 아니라서 어물거리다가 군함과 장병을 아울러 잃은 제독은 시말서 한 장 쓰지 않았다고 한다."
북핵정국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에 대해 안기부 출신의 간부는 "핵이라는 비대칭 군사력까지 보유한 북한에 김대중 정권은 포용정책을 써 왔다.
모래성 같은 경제적 우위를 앞세워 어떻게 전용될지 모르는 현금을 몇 억달러씩 북한에 갖다 바치면서 북한을 포용해 왔다고 우긴다"며 비판한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종말론'을 고리로 한 인간구원의 문제도 다루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흔히 '종말론'하면 세상이 끝나는 것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종말은 끝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나 창조의 전제인 것이지요.
물론 소설 속에 종말론적 관점을 도입한 것은 오늘날 정치·사회적 상황을 이대로 계속 유지시켜 나갈 수는 없다는 저 자신의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정치소설로 읽히는 것을 경계했지만 정치적 성향이 소설 속에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에 대해 작가는 "엄밀히 따져 문학사적으로 큰 작품 중에 정치와 무관한 작품이 있었던가.
소위 1980년대 수작들도 다 정치적이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작품을 정치개입이라고 주장하는 비판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호모 엑세쿠탄스'에 투영된 작가의 정치적 견해는 용서 못할 문학적 반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욕부터 하고 덤비는 까닭을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어떻게 해서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적 노선에 동조해 발언하는 것은 치열한 작가 의식이요 투철한 산문 정신이며,거기 상반되는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온당치 못한 문학이고 무책임한 정치 개입이 되는가."
무슨 작품이든 다 써놓고 보면 '늘 불안하다'는 이씨는 "글을 쓰는 동안 50대 후반이라는 내 나이를 무겁게 의식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로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이번 소설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합니다.
일부에서는 제 소설을 정치소설로 파악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 한 권 냈다고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설가 이문열씨(58)가 노무현 정부와 햇볕정책,386세대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장편소설 '호모 엑세쿠탄스'(민음사,전3권)를 펴냈다.
제목은 '처형하는 인간' 이란 뜻의 조어다.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은 총 45장으로 구성된 책의 36~37장에 집중돼 있다.
퇴역 정치인,검찰과 경찰,안기부 고위 공무원,퇴역 장성들이 양평의 남한강변에서 벌이는 '한야(寒夜)대회'가 그것.
먼저 옷 벗은 장군들의 모임이라는 낙성(落星) 분회의 한 인물이 주적(主敵)의 부재를 강조한다.
"주적을 잃어버린 군대에게 이 밤은 춥다.
북한을 주적으로 경계하고 있다가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제독은 진급에서 누락돼 퇴역하고 북한의 기습공격을 받고도 주적이 아니라서 어물거리다가 군함과 장병을 아울러 잃은 제독은 시말서 한 장 쓰지 않았다고 한다."
북핵정국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에 대해 안기부 출신의 간부는 "핵이라는 비대칭 군사력까지 보유한 북한에 김대중 정권은 포용정책을 써 왔다.
모래성 같은 경제적 우위를 앞세워 어떻게 전용될지 모르는 현금을 몇 억달러씩 북한에 갖다 바치면서 북한을 포용해 왔다고 우긴다"며 비판한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종말론'을 고리로 한 인간구원의 문제도 다루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흔히 '종말론'하면 세상이 끝나는 것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종말은 끝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나 창조의 전제인 것이지요.
물론 소설 속에 종말론적 관점을 도입한 것은 오늘날 정치·사회적 상황을 이대로 계속 유지시켜 나갈 수는 없다는 저 자신의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정치소설로 읽히는 것을 경계했지만 정치적 성향이 소설 속에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에 대해 작가는 "엄밀히 따져 문학사적으로 큰 작품 중에 정치와 무관한 작품이 있었던가.
소위 1980년대 수작들도 다 정치적이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작품을 정치개입이라고 주장하는 비판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호모 엑세쿠탄스'에 투영된 작가의 정치적 견해는 용서 못할 문학적 반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욕부터 하고 덤비는 까닭을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어떻게 해서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적 노선에 동조해 발언하는 것은 치열한 작가 의식이요 투철한 산문 정신이며,거기 상반되는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온당치 못한 문학이고 무책임한 정치 개입이 되는가."
무슨 작품이든 다 써놓고 보면 '늘 불안하다'는 이씨는 "글을 쓰는 동안 50대 후반이라는 내 나이를 무겁게 의식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로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