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돼지띠의 해이다.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이고 또 이 해에 태어나는 아이는 많은 재복을 타고 난다는 소문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2007년이 돼지 해인 것은 틀림없지만 황금돼지 해는 아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이 나왔고,왜 그런 열풍이 부는지 모르겠다.

2007년의 천간은 정(丁)이고 지지는 해(亥)이다.

정은 오행으로 화(火),색깔로는 붉은 색을 나타낸다.

이렇게 본다면 정해년은 '붉은돼지'의 해이지 황금돼지의 해는 될 수 없다.

사주명리학은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떠나서는 논의할 수 없는 학문이다.

육십갑자에는 납음오행(納音五行) 또는 화갑자(花甲子)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 납음오행은 간지를 두 개씩 묶어 거기에 오행을 붙여 사용하는 방식인데,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민간에서만 더러 사용할 뿐이다.

납음오행에 의하면 병술.정해는 '옥상토(屋上土)'이다.

이 경우 토(土)는 노란색을 표상하므로 정해년의 돼지는 노란돼지,즉 황금돼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육십갑자를 풀이한다면 병술은 적구(赤狗)가 아니라 황구(黃狗)가,2008년 무자(戊子)년은 '붉은 쥐'가,2009년 기축(己丑)년은 '붉은 소'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납음오행을 가지고 정해년을 황금돼지의 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이고,상술에 휘둘린 황당한 열풍에 지나지 않는다.

납음오행에 의하면 병술·정해는 '옥상토(屋上土)'이다.

이 경우 토(土)는 노란색을 표상하므로 정해년의 돼지는 노란 돼지,즉 황금돼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육십갑자를 풀이한다면 병술은 적구(赤狗)가 아니라 황구(黃狗)가,2008년 무자(戊子)년은 '붉은 쥐'가,2009년 기축(己丑)년은 '붉은 소'가 되어야 한다.

무자(戊子)·기축(己丑)년이 납음오행으로는 벽력화(霹靂火)가 되고 화(火)는 적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음오행을 가지고 정해년을 황금 돼지의 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이고,상술에 휘둘린 황당한 열풍에 지나지 않는다.

[ 역학으로 본 國運 ]

오행으로 볼 때 2007년 정해년은 천간과 지지가 상극하면서도 속으로는 화합하는 해다.

이런 점에서 올해 국운은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아지리라 본다.

정해의 정(丁)은 음화(陰火)이며,네 번째 천간으로 안정과 결실을 얻는 기운을 나타낸다.

중국 최초의 사전인 '이아(爾雅)'라는 책에는 정(丁)이 '적당하다·해당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로 이해하고 있고,'사기(史記)'의 '율서(律書)'에는 만물이 우뚝 자라 성한 것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 정은 강함과 왕성함,그리고 장정의 씩씩함을 나타내며 후대에 와서 이것이 성인 어른을 지칭하는 글자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2007년의 국운은 젊고 씩씩한 장정들이 주도할 것이며,또 대한민국은 그들에 의해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말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장정의 씩씩함을 견지하면서 올곧게 한 길만을 걸어온 나무의 품성을 지닌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힐 것 같다.

양화(陽火)인 병화(丙火)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데 비해 정화(丁火)는 실속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병화는 태양이고 정화는 달·별·등불 같은 것이며 병화가 죽는 곳(死地)에 정화가 생한다.

이는 해가 지면 하늘에 별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정해년은 지난해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지치게 했던 많은 일들이 실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꼭 필요했고,겪지 않으면 안 되었을 일임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해년에는 희미하게 윤곽만 드러났던 병술년의 정책이나 논의들이 힘을 얻고 열매를 맺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풍이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한서(漢書)'의 '율력지(律曆志)'에 나오는 '만물의 껍질이 갑에서 벗겨지기 시작해 병에서 그 모습이 밝게 드러나고 정에서 크게 성장해 완성된다'는 말은 이 모두를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한 것은 신유술(申酉戌) 서방 금(金)기운이다.

서방 금기운을 대표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남북 관계가 원만치 못하고 6자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대통령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 등이 모두 이 서방 금기운과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오행의 기운은 동방 목(木)기운인데,이 목기운은 금기운에 의해 극을 받고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이처럼 막강한 힘을 지닌 금기운이 2007년 정해년에는 해자축(亥子丑) 북방 수(水)기운으로 바뀐다.

그런 점에서 정해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해가 아닐 수 없다.

수기운은 목기운을 살려주고 조장하는 상생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는 외적으로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게 보이겠지만 내적으로는 안정과 질서를 회복하고 내실을 단단하게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즉 남북관계가 잘 풀려 실제적인 남북관계를 펼 수 있는 획기적인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며,부동산 안정 대책이 실효를 거두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해(亥)의 본래 글자는 '돼지(猪)'였다.

해(亥)는 또 핵(核)과 같은 뜻으로 식물의 종자가 땅 속에 묻혀서 돌아오는 봄을 기다리는 것을 표상하기도 한다.

'설문해자'라는 책에 의하면 해는 음양이 합쳐 씨를 맺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해라는 글자에는 씨앗이라는 의미와,남자와 여자가 서로 포옹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한다는 뜻이 내함돼 있다.

명리학에서는 해수(亥水)가 갑목(甲木)의 기운을 왕성하게 살려 준다고 한다.

해는 또 지지의 마지막 글자로서 새 날을 맞기 위해 하늘의 문을 연다는 천문성(天門星)과 하늘이 조건 없이 도와 준다는 천을귀인(天乙貴人),그리고 이사·이동·여행 등을 나타내는 역마살과 연관 있는 글자이기도 하다.

동북쪽에 위치한 우리나라를 12지지로 말한다면 축인방(丑寅方)에 속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목의 특성이 강해 사람들이 어질고 착하다.

이런 목기운이 새해에는 지지 해(亥)의 도움을 받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2007년은 모든 면에서 2006년보다는 나아질 전망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2006년 우리나라의 운세가 경제를 상징하는 식재운(食財運)으로 흘러갔다는 것과,또 그것이 화생토(火生土)의 원리에 의해 부동산 광풍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만일 부동산 광풍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에 어떤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액땜을 했다'는 말로 이를 설명하고 싶다.

2007년 정해년은 예술과 정신적 성향을 나타내는 상관운(傷官運)이며,재치와 순간적 발상이 뛰어난 편인운(偏印運)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해는 이념을 명분으로 내세워 실리를 챙기려는 여야 간의 대립 또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대부분은 대북관계나 대선과 관련한 문제들일 것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경제는 불안정하고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은 힘들 것 같으나 병술년보다는 크게 나빠질 것 같지 않다.

뉴타운 건설,강남 대체 신도시 등의 개발 이슈들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리라 본다.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효를 거두면서 부동산 광풍도 잡힐 것 같다.

사실 국운은 대통령의 운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어떤 집단이나 조직의 운은 대표자나 실질적으로 리드하는 지도자의 운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올해 노무현 대통령의 운세는 작년보다 많이 좋아진다.

대통령의 말과 뜻 또한 국민들로부터 그렇게 외면만 당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의 국민적 관심사는 역시 연말에 치러지는 대선일 것이다.

대선주자로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그 누구도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한 것 같다.

현재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자 외에 새로운 주자가 등장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지난해 초에 필자는 한반도의 국운이 토(土)기운이 가장 왕성한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반기문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일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2007년 대선도 이런 맥락에서 풀어보면 그 해답이 쉽게 얻어질 것 같다.

결론적으로 정해년은 불확실함 속에서 확실함을 보는 해이며,변방인의 의식을 훌훌 털어내고 창조적 전진을 감행할 수 있는 해이며,그 원대한 뜻과 기상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리는 해가 될 것이다.

시인 신동엽의 '금강'이라는 시의 한 대목을 읽으면서 글을 끝낼까 한다.

"그러나 이제 오리라/갈고 다듬은 우리들의/푸담한 슬기와 자비가/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우리 세상 쟁취해서/반도 하늘 높이 나부낄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