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핵심 경제부처에서 근무해온 공무원이 퇴직을 앞두고 엉터리 정책결정과 정보 유출,부조리 등 중앙부처의 부끄러운 단면을 맹 비판한 책을 펴내 관가에 파장이 예상된다.

저자는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산업피해조사팀에 근무하는 서기관 이경호씨(59).

이 서기관이 28일 출간한 '과천 블루스'(지식더미)는 '논픽션 소설'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자신의 오랜 공직 생활동안 보고 들은 중앙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정리한 것이다.

책에는 1981년 적정가격이 1100원이었으나 '막후 교섭' 과정에서 2500원으로 결정된 TV시청료 이야기,가짜 영수증에 의해 집행되는 수백억원의 판공비와 출장비의 실상이 낱낱이 폭로돼 있다.

부동산 개발정보가 정부 당국에서 대책 없이 새 나가 공무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는 부분도 있다.

저자는 건설교통부 장관이 판교 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놓던 날,동료 사무관으로부터 건교부 직원들이 이미 5년 전에 판교 땅을 사들였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건교부가 택지개발을 위해 산하 연구기관을 통해 신도시 개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개발정보가 퍼지고 직원들은 이 정보를 자기 친인척에게 알려줘 땅을 구입하게 했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 밖에 '사무관 임명장 붓값 10만원''국고 전문털이,행정계장' 등 제목만으로도 관가의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느끼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서기관의 이 같은 폭로성 책자 출간에 대해 관가에서는 "용감한 행동"이라는 평가도 많지만 "그동안 자신이 있던 직장을 퇴직을 눈앞에 둔 시점에 비난한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는 31일 정년퇴직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