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를 맞은 외교통상부에 구조조정 삭풍이 불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6일 외무인사위원회를 열어 고위직 인사적체 해소와 실무인력 충원을 중심으로 한 인력구조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일단 정원에서 초과된 40명 정도의 고위급 직원(10-14급 해당)을 어떤 방식으로든, 원칙적으로 올해 연말까지 정리해야 한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나름대로 인원선정 원칙을 정했다.

우선 공관장을 두차례 역임한 사람 가운데 정년 잔여기간이 짧은 외교관을 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다.

또 공관장을 한 차례 역임한 외교관 중 정년까지 잔여 근무기간이 2년 반 미만인 경우에는 명예퇴직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년까지 잔여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의 경우 직책을 반납한 뒤 공로연수를 가도록 의무화했다.

또 자체 직급체계상 12등급 이상의 공관장이 귀임발령을 받은 뒤 120일 이내에 다른 직책을 찾지 못할 경우 퇴직토록 하고 본부에서 12등급 이상 직책을 맡던 이가 그 자리를 떠날 경우 발령일 부로 퇴직토록 하는 `대명(待命)제도'를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이런 저런 내용으로 사람을 추려낸다고 하지만 시한(연말)을 며칠 앞두고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다'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온 퇴직에 선뜻 택할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사실 외교부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점은 오래전부터 예견돼온 일이다.

반기문(潘基文) 전임장관 재직시절인 2004년부터 외교부에는 정원외 인원이 10여명 있었다.

따라서 2년 동안 서서히 문제점을 개선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바쁘기도 하고 '내 식구끼리 못할 짓'이라는 동정론도 개입되면서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1978~1981년 외교지평을 넓힌다는 정권 목표에 따라 지금의 두배인 50여명씩 외교관을 뽑던 시절의 후유증도 묘하게 시기적으로 겹친 측면도 있다.

한 당국자는 "비유하자면 무허가 건물이 과거에는 드문드문 했는데 어느새 난립해버린 셈"이라면서 "거기에 정부가 고위공무원단에 외교부를 포함시키는 바람에 일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들을 호환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고위공무원단에 외교부가 효율적으로 참여하자면 현재의 외교부 상황으로는 곤란한 점이 많다.

우선 정원외 인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인사적체가 심한 외교부의 상황이 골칫거리다.

외교부 과장급의 연령이 웬만한 행정부처 국장급과 비슷한 실정이다.

과거 같으면 "외교부만의 특징"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고위공무원단에 참여하자면 다른 부처와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 내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돌고 있다.

"그동안 너무 개혁작업에 소홀히 했다"는 자성론이 있는가 하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 난리냐"는 불만까지 혼재돼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공관장 외부인사 영입방침을 거론하면서 "혹시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발탁하기 위한 방편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고위당국자는 "외부인사 영입과정에서 경쟁력 등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단순히 숫자를 맞추기 위해 외부인사를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력구조 개선작업도 '외교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인프라 구축작업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갑작스런 변화에 대한 외교부 내부의 충격을 감안해 연말까지로 시한을 정한 것은 다소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일단 고위공무원단이 가동되는 내년 7월1일까지로 시한을 늘려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서동희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