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6일 장중 한때 15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투신권이 펀드 환매에 대응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142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막판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은 3포인트로 줄었지만 장중 등락폭은 20포인트에 달했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연말을 앞두고 일부 펀드 환매 움직임이 있지만 이제 마무리 단계"라며 "조만간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 펀드 환매와 배당 수요의 기싸움

투신권은 이날 1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1700억원이상 유입됐음을 감안하면 실제 매도 규모는 3000억원에 육박한 셈이다.

이 같은 '팔자'는 이달 들어 지속되고 있다.


투신권의 매도는 12월 들어 하루평균 900억원에 달해 총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2004년 1월 이후 약 3년 만의 최대 규모다.

펀드 환매 움직임은 기관과 개인투자자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재현 KTB자산운용 본부장은 "투신권에 돈을 맡긴 은행 등 BIS비율의 적용을 받는 금융회사 고객은 수익증권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환매 중이며 개인은 거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을 포기하고 환매를 신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펀드 환매 수요는 배당 수요를 앞질렀다.

3일 결제를 감안할 때 배당을 받으려면 이날까지 주식을 사야 해 매수 요인이 많은 날이었지만 주가는 한때 15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다행히 유가증권시장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이 크게 줄었지만,코스닥시장은 수급구조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 투신 매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선물 가격 급락으로 한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 정지 및 거래 자체를 정지시키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조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발표될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우려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일 배당락 이후 흐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락을 하루 앞두고 상대적으로 배당 매력이 떨어지는 코스닥시장 개별 종목에 대한 매수가 줄어들면서 하락폭이 커졌다"며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송과 각종 계약 해지,우발채무,분식회계 등에 대한 우려도 시장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 환매 마무리 국면

전문가들은 이날이 배당부 거래의 마지막 날인 까닭에 투신권의 환매도 점차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2~3개월 새 배당 관련주가 많이 올라 배당을 포기하고 차익 실현에 나선 매물이 많았지만 배당 관련 펀드 환매는 이날로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가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유정상 PCA투신운용 본부장도 "기관의 환매 수요는 연말에 끝날 것이고 개인도 일부 해외 펀드로 이동하는 자금을 빼면 추가적인 환매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환매 자금은 내년 초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본부장은 "내년에는 3년 만에 기업이익이 늘어나고 기관의 주식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1월 장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