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삼성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받거나 일정기간 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현재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로 이어지는 소유 지배구조를 손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일부 지분이 의결권을 제한받음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책도 강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개정안,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 금산법 개정안은 동일 기업집단 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금융계열사가 주 타깃이다.
금융계열사의 지분 취득 시점이 1997년 3월(금산법 제정시점) 이전이냐 이후이냐에 따라 △법 제정 이전에 취득한 5% 초과 지분은 2년 유예 후 의결권 제한을 하고 △제정 이후 취득한 5% 초과 지분은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고 5년 안에 자발적으로 처분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개정안은 발의 초부터 '삼성그룹을 겨냥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의 지배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 계열사 중 새 법의 영향을 받는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다.
삼성생명은 1997년 3월 이전에 삼성전자 지분 7.2%를,삼성카드는 1997년 3월 이후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각각 취득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5% 초과분 2.2%는 2년 후에 의결권이 제한되고,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중 5% 초과분인 20.6%는 즉시 의결권이 제한되고 5년 안에 매각해야 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와 관련,"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새로 채택된 법률의 이행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법정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처분 방안을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적대적 M&A 위협 우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정안이 유예기간을 준 만큼 삼성에 충분히 대처할 시간을 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게 문제다.
우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5% 초과지분 2.2%에 대해 보유는 인정하되 의결권이 제한됨에 따라 삼성은 전자의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 내부 지분은 삼성생명(7.26%),삼성화재(1.26%),삼성물산(4.02%) 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1.86%),홍라희 여사(0.74%),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0.57%)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 우호지분이 15.71%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은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도 외부의 적대적M&A 위협에 취약한 상황에서 삼성생명 지분 2.2%의 의결권이 묶여 우호지분이 더 떨어지면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물론 삼성생명 등 금융사가 아닌 다른 계열사나 이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경영권 방어는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지분 1%만을 확보하려해도 1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정도로 지분 추가 매입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 지배구조 약화 현실화될 듯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의 5% 초과지분 20.64%를 처분하는 일도 난제다.
현재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지분은 이건희장학재단에 기탁된 고(故) 윤형씨 지분(8.37%)을 제외하면 모두 삼성계열사와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20.64%의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도 당장의 경영권 방어에 지장은 없다.
문제는 비상장사인 데다 경영권도 없는 주식을 누가 사겠느냐는 것이다.
보다 큰 문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과 더불어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유지해왔던 그룹 지배구조의 고리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구조에서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3.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전자 물산 중공업 호텔신라 등 각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小)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산법 개정안으로 에버랜드와 생명 지분을 매각한다면 삼성의 지배구조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