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수법안인 세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돌연 부결됨에 따라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는 그러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과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관련법 등 96건의 법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이날짜로 임시국회를 폐회하고 26일 오후 4시 본회의를 다시 소집,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공익사업용 수용 부동산 양도세 감면 ▲농.수협 예탁금 비과세 ▲비과세.감면 일몰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켰다.

개정안은 재석의원 222명 가운데 찬성 107명, 반대 90명, 기권 25명으로 부결됐다.

국회 재경위를 거친 세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 박계동(朴啓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택시 LPG(액화석유가스) 특별소비세 면제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수정안이 여당의 반대로 부결된데 대해 한나라당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진행 중인 새해 예산안 심사가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국회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일단 임시국회 회기를 종료한 뒤 26일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세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해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와 맞물려 관심을 끌어온 금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산법 개정안은 1997년 3월 금산법 제정 이후 삼성카드가 취득한 에버랜드 지분 25.64%중 5% 초과분에 대해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고 5년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토록 하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감위원장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산법 제정 이전 취득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 중 5% 초과분은 2년 유예 후 공정거래법 11조에 의해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했다.

국회는 이와함께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담은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안을 처리했다.

국회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공공기관 314개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해 정부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법을 가결했다.

국회는 이밖에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겸할 경우 인사청문 특위 청문회만 실시하고 소관 상임위에서 별도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않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이날 밤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안 총액과 세부내역 조정을 놓고 막판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는 특히 핵심쟁점인 남북교류협력기금 6천500억원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예산 1조7천억원의 감액 폭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