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화폐는 원에서 환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원으로 환원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두 번의 화폐단위절하(디노미네이션)가 단행됐으며 고액권도 여러 차례 발행됐다.

해방 이후 첫 고액권인 1000원권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 나왔다.

전쟁으로 인해 일본대장성인쇄국에서 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1000원권 152억원어치를 미 군용기 편으로 공수받아 김해공항으로 들여와야 했다.

당시 1000원권 초상은 주일대표부에 걸려 있던 이승만 대통령 초상화가 이용됐고,100원권 역시 주일대표부에 소장된 책에서 골라낸 광화문이 도안 소재로 이용됐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3년 2월15일 화폐단위를 100 대 1로 절하(디노미네이션)하는 조치가 단행됐다.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재정적자와 생산부족에 따른 물가상승 때문이었다.

이 조치가 나오면서 화폐단위는 '원'에서 '환'으로 바뀌었다.

박정희 정부가 등장한 뒤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긴급통화조치(1962년 6월10일)가 발동됐다.

이 조치로 '환'은 다시 '원'으로 바뀌었고 10환을 1원으로 절하했다.

구권을 그해 6월17일까지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인출을 동결하는 조치까지 시행돼 화폐 '개혁'으로 불렸다.

긴급통화조치가 나온 뒤 발행된 최고액권은 500원권이다.

당시 5000환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하지만 경제개발과 물가상승으로 화폐발행 잔액이 급증했고 1970년 말에는 500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7%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정부 승인 및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1만원권을 1972년 6월1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도안 소재로는 앞면에 석굴암 여래좌상,뒷면에 불국사 전경을 집어넣기로 했는데,석굴암 여래좌상이 종교적 상징물로 정부가 특정 종교를 두둔한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다는 반대 여론이 형성되자 한국은행은 1만원권 발행을 유보했다.

그 결과 1972년 7월1일 5000원권이 먼저 나왔다.

1만원권은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된 세종대왕 초상을 앞면에 넣고 경복궁 근정전을 뒷면에 넣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초의 1만원권은 1973년 6월12일 발행됐다.

이후 지금까지 1만원권은 도안변경이나 위조방지 등을 이유로 일부 미세조정만 있었을 뿐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으로 30년 이상 권좌를 누려왔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