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환투기 억제를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날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술렁였다. 연말까지 잠잠할 것 같던 주식시장에 돌발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경험했던 것과 같은 신흥 증시의 연쇄 조정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 아시아 증시에는 부담 요인

대우증권은 태국의 외환규제 조치가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시아 주식시장에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자금에도 규제책이 적용될 경우 태국 증시의 투자 메리트는 현격히 낮아지게 되며 추가적인 외국인 매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한요섭 연구원은 또 "글로벌 투자자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 중인 인도와 파키스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미미한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그 동안 빠르게 절상돼 왔던 아시아 통화들의 절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의 절하 가능성과 그 동안 진행된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주식비중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얘기다.

대신증권은 전반적으로 아시아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 증시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면역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시아 증시 변동성 확대의 간접적인 영향권하에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 동안 원화 강세의 수혜를 받았던 소재 및 내수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국내 증시 영향은 덜할 듯..시각 변화 가능성도

아시아 증시가 타격을 입더라도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 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 동안 상승률이 저조했던데다 외국인들이 비중축소에 나설 경우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이 주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한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펀더멘털의 훼손이라기 보단 정책 리스크이므로 장기적인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도 추세적인 하락으로 반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투자 대상국 선정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의 높은 환금성이 매력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이머징 마켓에 대한 시각 변화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올해 인도와 베트남 중국 등 해외 투자가 러시를 이룬 가운데 이번 사태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머징 국가들의 리스크를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머징 시장은 위험없는 고성장 투자처라는 국내 투자자들의 막연한 인식이 교정되면서 중기적으로는 중립 이상의 호재적 성격도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팀장은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에 대한 기대심리가 존재하긴 하지만 태국 사태나 프로그램 매물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