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20일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의 작성방식이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바뀐다. 이에 따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에 의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자산 70억원 이상의 모든 기업들은 내년 1분기(1~3월) 실적보고서부터 새 회계기준에 따른 제무재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변경내용이 제대로 알려져있지 않은 데다 기업들도 아직 별다른 대처를 하고 있지 않아 적지 않은 혼란이 우려된다.

○어떻게 바뀌나

새 회계기준에서는 기존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의 서식이 대폭 바뀌고 자본변동표 등이 신설된다.

먼저 대차대조표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계정이 새로 만들어진다. 이 계정에는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 해외사업환산손익 파생상품평가손익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자본조정계정에 통합돼 들어가 있었던 항목을 따로 구분한 것이다. 따라서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통해 기업의 포괄이익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유동성에 대한 기준도 추가된다. 과거에는 1년을 기준으로 '유동'과 '고정'(비유동)을 구분했지만 바뀐 회계기준에서는 정상영업주기가 1년을 초과하는 업종은 영업주기에 따라 유동과 비유동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원재료의 숙성과정이 필요한 주류업,완제품 생산에 2~3년이 걸리는 조선업 등은 채무나 미지급비용 등의 만기가 1년을 초과하더라도 유동부채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기업의 경우 단기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손익계산서는 변화의 정도가 더 심하다. 중단사업손익과 계속사업손익이 구분되며 중단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아예 손익계산서에서 빠져 주석으로 처리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회사 전체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B사업을 중단했을 경우 이 회사의 매출은 800억원이 되며 B사업으로 인한 손익은 '중단사업손익'에 별도로 표기된다. 이에따라 앞으로 투자자들이 회사의 미래를 평가할 경우 당기순이익보다는 계속사업이익을 더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회사평가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경상손익과 특별손익 항목은 사라진다. 특별이익은 '영업외수익' 내에 포함되게 된다. 이는 기업들이 채무를 면제받거나 증여를 받는 등 비반복적인 수익이 있을 경우 자의적으로 특별손익에 반영해 경상이익을 조정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기존 재무제표의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본변동표가 도입된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는 이익잉여금의 크기와 변동만을 나타내는 반면,자본변동표는 이익잉여금은 물론 자본금 자본잉여금 자본조정 등의 크기와 변동내용 등에 관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또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 해외사업환산손익 등 미실현손익에 대한 변동내용도 표시해 포괄적인 경영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회계혼란 가능성 우려

그러나 이 같은 회계기준변경에 대해 아직 기업들의 대응은 미미한 실정이다. 한 증권사 회계팀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려면 회계 관련 전산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며 "아직은 사내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회계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코스닥상장사인 J사의 재무담당임원은 "상장기업들의 경우 반기보고서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검토를 받고 결산보고서는 감사를 받지만 1분기와 3분기 보고서는 자체적으로 작성한다"며 "당장 내년 1분기에 적지않은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도경 한신평정보 선임연구원은 "최근 3개 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은행,신용정보 회사들도 아직 평가방법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