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성과주의.적재적소.글로벌 경영역량 원칙 강조


LG 전자계열사의 18일 임원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와 '미래지향적 인사' '글로벌 경영역량 강화' 등 3개 원칙에 입각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LG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의 최근 실적이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기대에 못미쳤던 점 등을 들어 이번 인사에 문책성 성격도 상당부분 가미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 성과주의.적재적소.글로벌 경영역량 원칙

LG전자는 이같은 3대 원칙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사업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경영자를 조직 내.외부에서 발굴하고 핵심사업 분야인 마케팅과 연구개발, 생산 전문가를 중용했으며, 성과와 능력이 탁월한 인재를 국적에 관계없이 등용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인사에서 신임 CEO로 선임된 남 용 ㈜LG 전략사업담당 부회장은 전략 기획력과 추진력, 고객가치 혁신 마인드를 겸비한 국내 IT 분야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그는 LG전자 입사후 10여년간 수출기획과 핵심 해외업무를 담당하고, LG 기획조정실 비전추진본부 상무와 경영혁신추진본부장을 맡으면서 계열사의 사업구조 고도화 작업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다.

남 신임 CEO는 또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을 맡아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던 사업본부를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LG텔레콤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가입자 650만명을 돌파하며 포화 상태의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업계 최고의 성장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이번 인사에서 바뀐 4개 사업본부장 가운데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에 선임된 강신익 부사장은 북미에 LG 브랜드를 론칭,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확립하고 전략 유통망 개척을 통해 디지털TV 등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으며, 한국마케팅부문장을 맡으면서 국내시장에서 TV.디지털 가전 1등 지위를 확고히 했다는 게 LG전자의 평가다.

다른 사업본부장들도 철저히 성과 등을 반영했다.

디지털AV사업부장과 차세대 이동통신(UMTS)사업부장, MC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초콜릿폰 등 차세대 IT 사업 및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한 안승권 MC연구소장을 MC사업본부장으로, 디지털TV 해외마케팅 등에 일익을 담당한 전략기획팀장 박석원 부사장을 한국마케팅부문장에 임명한 것도 성과를 반영한 인사라는 것이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영국법인장 등을 맡으면서 프리미엄 유통망 개척과 브랜드 위상 제고를 통해 EU 지역 비즈니스 기반을 확립하고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강화한 성과를 인정해 정호영 경영관리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CFO에 선임하는 등 모두 4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전자는 이 밖에 이번 인사에서 미래 리더로서의 자질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법인의 존 헤링턴 등 3명의 현지인 3명을 LG전자 최초로 임원에 선임하는 등 모두 26명을 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 실적부진엔 책임 물었다

그러나 LG전자가 밝힌 이같은 인사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환율 하락 등 대내외의 경영 악재로 인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이번 인사가 문책 성격도 띠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LG전자는 2004년 본사 기준으로 연간 매출 24조6천592억원, 영업익 1조2천491억원, 순이익 1조5천262억원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2%, 5.1%, 6.2% 증가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출 23조7천742억원, 영업이익 9천146억원, 순이익 7천28억원으로 2004년보다 매출은 3.6%, 영업익은 26.8%, 순이익은 무려 54.5%나 줄어드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올들어서도 1분기 매출 5조7천998억원, 영업익 1천906억원, 순이익 1천50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2%, 9.7%, 51.7% 각각 감소하는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매출 5조7천962억원, 영업이익은 1천905억원으로 1분기보다 각각 0.1% 감소하고 순이익의 경우에는 97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3분기에는 휴대폰과 평판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에 힘입어 매출 6조542억원, 영업이익 1천972억원으로 2분기보다 4.5%와 3.5% 각각 늘고 순이익도 자회사 실적 등에 따른 지분법 손실(-1천406억원)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227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지만 실적을 획기적으로 만회하는데 실패했다.

LG필립스LCD의 경우에는 LG전자보다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LG필립스LCD는 지난 3분기 LCD TV용 패널 가격의 대폭 하락 등에 따라 연결재무재표 기준으로 매출 2조7천730억원, 영업손실 3천820억원, 순손실 3천210억원을 기록하는 등 2분기에 이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올해 투자규모를 당초 4조2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줄이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크게 낮은 1조원대로 줄여여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부진한 실적탓에 이번 인사로 내년 3월 주총까지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한 이후 ㈜LG로 이동할 예정인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의 경우 최근 인사를 앞두고 일찍부터 교체설이 나돌았던 상태다.

또 LG필립스LCD의 경우에도 이날 오후 있을 이사회에서 구본준 부회장 후임에 권영수 LG전자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선임되고 구 부회장은 LG상사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인사는 문책성이라기보다 3대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며 "김쌍수 부회장의 경우 ㈜LG에서 CEO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사업과 관련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필립스LCD측도 "이사회에서 구본준 부회장 후임이 선임될 경우 문책성 인사라기보다는 경영 역량 강화 등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