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세계적인 투자기업 골드만삭스로부터 지분 투자 형식으로 100억원을 유치한 ㈜오콘의 김일호 대표(38)는 자신만만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해외 방송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탄생시킨 주역.'뽀로로' 이후에 제작한 '선물 공룡 디보'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우수 파일럿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골드만삭스의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지금은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스타'로 자리잡은 김 대표지만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다.
1996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으로 '오 컨설팅'이라는 브랜드 컨설팅 업체를 차렸지만 처음 몇 달은 개점 휴업 상태로 지낼 정도였다.
창업 3년 만에 회사 이름을 '오콘'으로 바꾼 뒤 2002년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에 나선 그는 애니메이션의 성패가 '브랜드 비즈니스'에 있음을 간파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크리에이티브 능력만 보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제대로 알릴 기회가 없었죠.브랜드 메이킹 능력도 부족해 잘 만든 콘텐츠를 가지고도 제대로 계약을 맺지 못해 결국 해외 배급사만 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김 대표는 2003년 초 전편 제작을 끝낸 '뽀로로'를 이듬해 프랑스에 수출해 '제값 받고 수출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아울러 '유럽 시장의 빗장을 연 한국 애니메이션 1호'라는 기록도 남겼다.
'뽀로로'에 이은 '디보'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디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미국 현지 프로듀서와 작가를 고용,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골드만삭스가 오콘에 투자하게 된 것도 '디보'를 보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 산 덕분이다.
김 대표는 "오콘을 단순한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가 아니라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콘텐츠 기반 브랜드 비즈니스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