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 펀드’)의 투자고문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은 14일 거래소를 방문, 기자회견을 갖고 "태광그룹과 대한화섬이 펀드측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지배구조 전환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두 회사의 전반적인 구조가 바뀔 수 있을 뿐 아니라 펀드,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는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각각 2009년 케이블 방송 지주회사 설립과 유휴자산 활용계획 발표 등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장 펀드측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은둔의 기업'이라 불리던 태광그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장 교수는 "펀드가 지속적으로 표명해 온 협력관계 구축 의사에 그룹측이 신뢰를 갖게 된데다 미래사업에 대한 경영진들의 변화 의지가 맞물리면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태광그룹의 미래사업 전망은 상당히 좋다"며 "한달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논의가 대주주 및 경영진의 적극적인 사고변화로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장하성 교수는 "현재 펀드내 편입돼 있는 종목이 10개 이상이며 이 중 1~2개 종목은 연말 전에 지분 취득 사실을 추가로 공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펀드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규모가 현재 알려져 있는 1200억원 보다는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들의 투명경영과 책임경영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제대로 기업가치가 평가할 수 있도록 돕고 문제가 있는 지배구조를 개선, 기업가치를 회복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단순 저평가된 기업보다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중소기업 등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또 "펀드의 목적은 제대로 된 기업평가 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 규모를 키우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려 운용 성과를 늘리는데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태광그룹이나 대한화섬 등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의사는 현재 없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펀드의 투자 성과를 개인투자자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3년 뒤엔 일반 공모를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시스템이 먼저 개선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크라운제과의 내부자 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대화 과정에서 경영진이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감독 당국에서도 이를 내부자 거래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정보 유출이 의심되긴 한다면서 증권사 창구나 공시법률 법인 등 국내 거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의 뜻을 내비췄다.

그는 태광그룹 등이 펀드측의 요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장기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장기 투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펀드가 해체될 때까지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내 일부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업가치가 획기적으로 높아질때까지는 계속 보유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그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행태가 단기 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외국 투자자의 경우 아이칸은 몰라도 소버린은 단기 투기꾼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