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10월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와 제휴를 맺었다.

베트남 상장사를 한국 증시에 상장시키기 위해서였다.

현재 베트남 상장사 중 한국 증시에 상장할 만한 업체는 단연 식품업체인 '비나밀크'다.

그러나 최근 비나밀크를 방문한 골든브릿지의 문구상 하노이법인장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비나밀크에는 이미 싱가포르계 자본이 투자돼 있었고 비나밀크는 해외 상장시 싱가포르 증시를 우선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나밀크처럼 베트남의 상당수 기업에는 이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화교자본이 들어가 있다.

실제 베트남 통계국에 따르면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이 각각 1,2,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자본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들의 경쟁 상대는 화교자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법인장은 "베트남 입장에서는 한국 자본보다는 화교자본이 훨씬 친숙하다"며 "우리도 당장 베트남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3∼4년 꾸준한 투자를 통해 현지 기업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의 법적 규제도 국내 증권사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베트남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지만 금융 분야는 보호산업으로 분류해 개방 일정을 늦췄다.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은 증권사 49%,은행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외국 자본이 독자적으로 금융회사를 세우려면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번 베트남 토종 자본들은 규모를 키우고 선진 투자은행(IB)과의 제휴 등을 통해 외국 금융회사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이공증권 응웬홍남 부사장은 "5년 후 외국 자본의 시장 진입에 대비해 국내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 투자은행과의 합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의 물밑 전쟁이 향후 베트남 자본시장 패권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