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시종 답답한 경기로 이라크에 발목을 잡히며 아시안게임 20년 만의 우승 꿈을 날렸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전반 24분 사메르 무이벨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한국축구의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아시아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1986년 이후 20년 동안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카타르-이란전 패자와 14일 오후 11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다.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였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도 틀에 박힌 공격을 고집하다 상대 역습 한방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핌 베어벡 감독은 정조국(서울)을 최전방 원톱에, 북한과 8강전에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했던 박주영(서울)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염기훈(전북)과 이천수(울산)을 배치해 골 사냥에 나섰다.

전반 7분 이천수의 코너킥에 이은 박주영의 왼발 슈팅으로 포문을 연 뒤 12분 오장은(대구), 16분 정조국, 18분 박주영이 잇따라 슈팅을 날리는 등 세찬 공격을 퍼부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다 전반 24분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방심하고 있던 한국 수비는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이라크의 킬 패스 한방에 허물어졌다.

미드필드에서 한국의 일자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고 넘어온 패스를 이라크 주장인 공격수 유네스 칼리프가 이어받아 단독으로 페널티지역 오른쪽 안까지 치고 들어간 뒤 달려나온 골키퍼 김영광을 제치고 슈팅을 날렸다.

다행이 수비수 김진규가 걷어냈지만 이 볼을 골 지역 왼쪽에 있던 무이벨이 헤딩으로 꽂아 넣어 그물을 출렁였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20년 만의 우승 도전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2002년 부산 대회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부터 이어온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무실점 기록 행진이 9경기로 마감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이없는 실점으로 전반을 0-1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후반 9분 정조국 대신 투입된 김동현(루빈 카잔)이 16분과 18분 잇따라 날린 헤딩슛은 아쉽게 상대 수비와 골키퍼에게 막혔다.

한국은 이후에도 단단히 걸어잠근 이라크를 상대로 측면 크로스에 의한 단조로운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

수차례 날린 코너킥 또한 위협적이지 못했다.

다급해진 베어벡 감독은 후반 21분 수비수 김진규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성남), 31분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 대신 공격수 최성국(울산)을 투입하며 만회를 노렸지만 끝내 이라크의 골문은 열지 못했다.

슈팅수는 22-5, 코너킥수 17-1, 볼점유율 65%:35%로 한국의 절대 우세. 하지만 어찌됐건 결과는 0-1 한국의 패배였다.

(도하=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