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세계 경제를 전반적으로 낙관하며 미국 경기도 '연착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주요 산유국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고 유로화 및 엔화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BIS는 10일 발표한 분기별 금융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증시 활황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진정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2.2%로 집계돼 예상치를 상회했고 인플레이션은 2.3%에서 2.2%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11월 농업 분야를 제외한 신규 고용자 수도 13만2000명 증가하며 예상치를 뛰어넘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분기 들어 2.2% 상승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BIS는 미국 일본 유로존 등의 채권 수익률이 지난 9월에 바닥을 친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인플레 진정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플레 진정 효과는 미국 채권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9~10월 유가가 급락한 것이 주요 금융 시장의 인플레를 진정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BIS는 분석했다.

○유로화 위상 상승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유로화의 위상도 급상승하고 있다.

여전히 달러가 유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각국 통화들과 유로화의 연관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위스 프랑,네덜란드 크로네,노르웨이 크로나,남아공 랜드,브라질 헤알,칠레 페소 등 전 세계 군소 통화들이 갈수록 유로와 연결된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

채권 시장의 경우 유로 액면 발행이 유로가 출범하던 1999년 19%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엔 32%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달러의 액면 발행은 40%에서 4%포인트 올라갔다.

무엇보다도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유로 선호가 확연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외환 보유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분기 20%이던 것이 2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는 67%에서 65%로 떨어졌다.

카타르의 경우 이 기간에 달러 보유가 24억달러 줄었으며 이란도 40억달러 감소했다.

○정크본드 부상과 위험 감내


수익률이 높은 대신 투자위험도도 높은 정크본드가 뜨고 있는 것도 국제 금융계의 한 추세다.

BIS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갈수록 인수·합병(M&A)될 가능성이 높거나 사모펀드의 사냥감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올해 M&A 규모는 총 3조3500억달러에 달했다.

투자 위험을 잘 견뎌내고 있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천연가스에 투자했다가 60억달러의 엄청난 투자 손실을 가져온 '아마란스 사태' 및 태국과 헝가리의 정정 불안,급격한 외환 변동 등의 위험 요소에도 자산 가치는 크게 타격받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BIS는 평가했다.

BIS는 "투자자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매우 높아졌다"며 "이런 추세가 파생상품 시장을 포함한 금융 시장 전반의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