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5세인 이용욱씨.그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새 인생'을 가져다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씨는 일본 사업을 접고 1995년 귀국과 동시에 은퇴,7~8년을 독서 운동 등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일어통역 자원봉사단에 우연히 참여하면서 그의 노후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봉사맨'으로 본격 나선 것이다.

이씨는 현재 △서울 관광안내소 일어 통역사 △각 구청 복지관의 일어강좌 강사 △서울역사박물관 농촌역사관의 유물유적해설사 등 '1인 3역'을 맡아 화요일을 제외한 주 6일간 매일 4시간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은 은퇴 후 삶을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행동'인 동시에 '자신을 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투철한 봉사정신·사명감과 함께 △금전적 여유 △철저한 사전 준비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대부분의 봉사활동이 사실상 무료여서 금전적 여유는 필수요건이다.

자신에게 맞는 봉사활동 대상을 찾기 위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국지연 JM커리어 팀장은 "재취업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력 성격 적성 특성 장기 등을 사전에 분석한 뒤 자신에게 합당한 대상을 찾아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현직에 있을 때부터 봉사활동과 관련한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사전 준비를 끝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공무원으로 작년 말 정년 퇴임한 오원구씨(58)가 좋은 사례다.

그는 퇴직 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물론 2~6개월 과정의 웃음 치료,발 마사지 교육 등도 받았다.

오씨는 현재 △서울 중구 장애인회관 식당 봉사 △H병원 암환자 대상 발마사지 호스피스 △과천 노인복지관 웃음치료 강의 등 모두 4건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은퇴 후 봉사활동의 성공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의 변화도 요구된다.

이한승 마포여성발전센터 사회복지사는 "봉사활동을 지금처럼 '공익성,자발성,무보수'로 규정하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공익성,자발성,약간의 금전적 보상'의 '사회봉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활성화한 NPO(Non Profit Organization·민간 비영리조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NPO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봉사단체는 재단법인 사단법인 등의 형태가 주류를 이루는데,이는 주무 부처 인가 등 설립 조건이 까다로워 일반인이 세울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용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봉사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3~4명만 모여도 주식회사처럼 쉽게 NPO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