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고비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시장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1997년 무선호출기(삐삐) 제조업체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폰으로 품목을 바꾼 것이나 2001년 적자기업 현대큐리텔을 인수해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킨 게 대표적이다.

박 부회장은 그러나 최근 2년새 던진 두 차례 승부수에서 성공하지 못해 워크아웃 길을 걷게 됐다.

첫 번째는 2004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이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이 가진 전자·무선기술과 공작기계 기술을 결합해 '메커트로닉스' 사업 모델을 구축할 셈이었다.

하지만 '실탄'이 부족했다.

경쟁자인 두산그룹이 팬택컨소시엄의 2배인 1조8000억원을 써내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다.

박 부회장은 더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휴대폰에 '올인'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세계 휴대폰 업계는 3년 안에 대대적인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결국 대여섯개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글로벌 빅5' 도약이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몸집과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스카이'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SK텔레텍을 인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최태원 SK㈜ 회장을 설득해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

위기에서 탈출할 두 번째 기회를 잡은 셈이다.

팬택의 SK텔레텍 인수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LG전자와 팬택이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팬택은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SK텔레텍 인수 후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두 번째 승부수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SK텔레텍을 인수한 것이 잘한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SK텔레텍 인수 효과가 기대보다 작은 것은 팬택계열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과연 내년부터 달라져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