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동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걸린 금메달 14개 중 우리가 딴 건 딱 1개였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김종태 남자 정구대표팀 감독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성공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여기면서 철저하게 준비했고 마침내 알찬 결실을 맺었다.

최근 심각한 위기에 몰렸던 정구가 도하에서 이틀만에 금메달 2개를 수확해 '효자 종목'으로 부활한 것이다.

정구는 4년 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7개 전종목을 석권하며 한국의 종합 2위 수성에 큰 힘을 보탰지만 지난해 마카오에서 벌어진 동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에 그치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었다.

2년간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던 점을 상기하며 대한정구협회는 일찍부터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올 6월 대표 선발전을 역대 최초로 흙 소재의 클레이코트가 아닌 우레탄이 깔린 케미컬 코트에서 갖기로 했다.

'정구는 클레이코트에서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도하 현지 코트와 똑같은 케미컬 코트에서 대표 선발전을 치르며 일찌감치 대회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노장 만세'를 외친 위휴환-정영팔(이상 부산시체육회)조는 케미컬코트에서 강세를 보였고 그 덕분에 국내 최고라는 김경한-이원학(이상 달성군청)조를 물리치고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힐 수 있었다.

대표 선발 후에는 8월부터 역시 케미컬 코트인 충주 탄금대 코트에서 남녀 합숙 훈련에 돌입했다.

10월에는 이번 대회가 열리고 있는 칼리파 코트에서 1주일간 적응 훈련을 펼치며 실전감각을 높였다.

공이 좌우로 많이 튀는 케미컬 코트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선수들은 부지런히 뛰며 살도 빼는 등 케미컬 코트에서 성공신화를 쓰기 위해 이들은 서둘러 준비해왔다.

한국은 이틀동안 치러진 3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쓸어담았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다.

김지은이 2관왕에 오른 여자팀은 개인단식과 복식에서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볼 만 하며 남자팀도 10년 이상 대표팀 대들보 구실을 해 온 유영동(서울연맹)이 출전하는 단식과 위휴환-정영팔 복식조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잘하면 최대 6개까지 금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기대치를 높였다.

(도하=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