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맛있습니다."

3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장인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이 지역 출신인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 내정자(민주당)는 빅스카이 상공회의소 주최의 오찬 행사에서 한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몬태나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직접 썰어 먹으며 한국말로 "맛있습니다"를 5~6차례 반복했다.

그는 "몬태나산 쇠고기는 뼈가 있든 없든 안전하다"며 "한국에 자유롭게 판매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이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를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반송한 데 대한 미측 반응을 여실히 읽을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특히 한·미 FTA가 타결돼 미 상원의 비준을 받으려면 보커스 의원이 위원장인 재무위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미측의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 4일 오전 9시(한국시간 5일 새벽 1시) 한·미 FTA 5차 협상이 농업 서비스 등 9개 분과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쇠고기 수입 전방위 압박

3일 빅스카이 인근 음식점에서 열린 오찬에는 김종훈 한국측 수석 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 대표 외에 보커스 의원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측 거물급 인사가 참석했다.

또 카우보이 모자 등을 쓴 지역 축산업자와 지역 상공인 등 5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보커스 의원은 환영 연설에서 "한국이 뼛조각 발견을 이유로 수입 재개된 미국 쇠고기 반입에 제동을 건 것은 FTA 협상과 관련해 나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FTA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한국은 미국 쇠고기 수입 장벽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축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미스터 쇠고기(Mr. Beef)'로 통하는 인물.몬태나주에는 2만8000여개 농장이 있으며 한 해 11억달러 규모의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마이크 요한스 미 농무장관도 1일 미국 통상전문 매체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뼛조각이 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한·미 FTA 협상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김종훈 대표는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FTA 의제는 아니지만 양국 간 통상 현안이고 미국의 관심이 큰 사항인 만큼 뼛조각 때문에 1,2차 선적분이 반송된 게 협상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부터 농업 등 난항

4일 농업 원산지 기술표준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환경 등 9개 분과를 시작으로 5차 협상이 개막됐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농업 분과에선 쌀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또 5일에는 무역 구제와 의약품,자동차 분야의 협상이 시작된다.

무역 구제는 미국의 TPA(무역촉진권)법상 올해 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해 한국측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다.

그렇지만 미측은 여전히 'FTA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다'는 강경한 태도다.

특히 의약품 작업반은 양측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국측은 선별등재 제도를 연내 시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데 대해 미측은 미측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섬유분야 협상은 협상 마지막 날인 오는 8일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회의를 갖기로 했다.

빅스카이(미국 몬태나)=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