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공장'을 넘어 신기술 개발의 전진기지로 등장하고 있다.

잇달아 설치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중국 연구·개발(R&D)센터와 '차이나 스탠더드(china standard)'로 요약되는 중국의 독자 기술 개발 전략의 영향이다.

일부 다국적기업 R&D센터가 우리나라를 외면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 수준은 한국을 포함한 중국 내 외국투자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에어컨 제조업체인 캐리어는 중국 상하이에 5000만달러를 들여 글로벌 R&D센터를 세운다고 1일 발표했다.

스위스 노바티스 역시 상하이에 1억달러를 투자해 R&D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 같은 글로벌 기업의 중국 R&D센터는 지난 10월 말 현재 800개를 웃돈다.

2003년 말의 두 배 규모다.

세계 500대 기업 중 480개사가 중국에 R&D센터를 세웠다.

글로벌 기업의 R&D센터는 중국 내 고급 전문 인력을 양성,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설립한 지 3년 만에 1130만달러의 순이익을 낸 더신무선통신의 창업자 14명은 모두 모토로라 R&D센터 출신이다.

상하이벨 R&D센터가 올초 따탕그룹과 손잡고 3세대 이동통신 제품을 개발한 것처럼 글로벌 기업의 R&D센터는 중국업체와의 현지형 기술 개발 과정에서 중국측에 기술을 흘리고 있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R&D센터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현대차가 2공장을 세울 때 R&D센터 건립을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을 정도다.

R&D센터에는 각종 장비 도입은 물론 기술 양도로 발생한 이익에도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 노력으로 중국 기업의 기술 생산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 기업=저부가,저기술 생산'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매킨지와 칭화대가 최근 기술분야 3만9000개 중국 기업(사영기업) 및 외자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국 기업의 노동생산성(노동자 1인당 연간 매출액 기준)은 42만1000위안(1위안=약 118원)으로 외자 기업의 43만9000위안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01년 중국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22만6000위안으로 외자 기업(50만1000위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었다.

불과 4년 사이 기술분야 중국 기업의 생산성이 외자 기업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매킨지 베이징사무소의 스테판 알브레크는 "중국 기업과 외자 기업의 생산성 격차 축소는 은행대출 근로조건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외자 기업보다 유리한 까닭도 있겠지만 더 주요한 요인은 기술 추격"이라며 "중국 사영기업의 약진으로 외자 기업의 중국 내 비즈니스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덕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