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련한 첫사랑의 마술에 걸리다 '그해 여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석영(이병헌)은 경찰서 취조실에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정인(수애)을 와락 껴안는다.
그러나 경찰은 석영을 떼어내 석방한다.
'빨갱이의 딸'인 정인과의 관계를 부정한 '권력자의 아들' 석영을 배려한 조치다.
로맨스영화 '그해 여름'(감독 조근식)의 이 절정부는 사뭇 감동적이다.
두 연인이 구치소에서 주변인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손을 맞잡았던 '너는 내 운명'의 장면과 흡사하다.
'너는 내 운명'에서 사랑의 장애물이 질병(에이즈)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1969년이 시대적 배경.
'사람찾아주기' 방송 프로그램 PD와 작가가 평생 독신으로 살아 온 노교수 윤석영의 첫사랑 정인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취재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석영이 학창시절 농촌 봉사활동을 했던 시골마을 수내리.두 사람은 우연히 한 노인으로부터 숨은 사연을 듣게 된다.
영화는 37년의 시차를 넘나들며 첫사랑 연인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의 불꽃을 지피는 에너지는 역설적으로 '사랑을 부정했던 실수'에 대한 깊은 죄책감이다.
1970~8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류의 주인공들은 사랑 없는 결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혼외정사에서 파생된 비극을 낳곤 했지만 이 영화에서 사랑의 영속성은 '순수의 정서'에 기대고 있다.
정인역 수애의 연기도 '순수의 시대' 이미지를 닮았다.
영화 '가족'과 '나의 결혼원정기'에서처럼 수애는 아픔을 묵묵히 삭이는 속 깊은 여인상을 연기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소화한 이병헌의 연기도 좋았다.
성숙한 면모 뒤에 가려진 소년 풍모는 대학생 역할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삼선개헌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구식 다방에서 성냥개비쌓기 놀이를 하는 대학생 등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그러나 경찰은 석영을 떼어내 석방한다.
'빨갱이의 딸'인 정인과의 관계를 부정한 '권력자의 아들' 석영을 배려한 조치다.
로맨스영화 '그해 여름'(감독 조근식)의 이 절정부는 사뭇 감동적이다.
두 연인이 구치소에서 주변인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손을 맞잡았던 '너는 내 운명'의 장면과 흡사하다.
'너는 내 운명'에서 사랑의 장애물이 질병(에이즈)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1969년이 시대적 배경.
'사람찾아주기' 방송 프로그램 PD와 작가가 평생 독신으로 살아 온 노교수 윤석영의 첫사랑 정인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취재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석영이 학창시절 농촌 봉사활동을 했던 시골마을 수내리.두 사람은 우연히 한 노인으로부터 숨은 사연을 듣게 된다.
영화는 37년의 시차를 넘나들며 첫사랑 연인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의 불꽃을 지피는 에너지는 역설적으로 '사랑을 부정했던 실수'에 대한 깊은 죄책감이다.
1970~8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류의 주인공들은 사랑 없는 결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혼외정사에서 파생된 비극을 낳곤 했지만 이 영화에서 사랑의 영속성은 '순수의 정서'에 기대고 있다.
정인역 수애의 연기도 '순수의 시대' 이미지를 닮았다.
영화 '가족'과 '나의 결혼원정기'에서처럼 수애는 아픔을 묵묵히 삭이는 속 깊은 여인상을 연기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소화한 이병헌의 연기도 좋았다.
성숙한 면모 뒤에 가려진 소년 풍모는 대학생 역할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삼선개헌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구식 다방에서 성냥개비쌓기 놀이를 하는 대학생 등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