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주 농가의 '골칫덩이'였다. 천마가 고소득작물로 알려지면서 재배농가가 늘어나 최근 3년 새 천마 출하량은 무려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판로는 신통치 않았고 가격은 급락을 거듭했다. 당시 천마 제품은 천마환과 추출음료 등 단순 1차 가공품이 전부였다. '천마는 냄새가 심해 1차 가공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박용수 대표는 1999년 무주군약초영농조합을 설립하고 천마 가공식품 개발에 착수했다.
천마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불쾌한 냄새를 없애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박 대표는 지역특화기술혁신선도기업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식품연구원과 전북생물산업진흥원을 수없이 드나들며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이 결과 천마를 얇게 잘라 20여분간 삶은 뒤 뜨거운 바람에 건조하고 이를 수차례에 걸쳐 농축·여과하면 냄새가 대부분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천마 가공법을 찾아낸 박 대표는 천마 추출물에 과일 농축액과 오가피 쑥 칡 같은 생약 추출액을 적정 비율로 섞어 액상겔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미군 PX에서 한국 전통술이 인기있다는 점에 착안,향긋한 단내가 나는 순한 '천마주(酒)'도 개발했다. 술병 바닥에 가라앉는 천마의 전분질은 100여일 동안 여과로 걸렀고 신맛은 사과농축액과 구연산 등을 첨가해 순화시켰다.
영농조합은 올 들어 천마겔과 천마주 시제품 6000만원어치를 팔았고 지난 5월에는 중국의 한 업체와 16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도 성사시켰다. 박 대표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우리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300만달러가량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