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기업들의 역내 이동을 자유화하는 조치를 추진 중이어서 주목된다.

찰리 맥크리비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21일 "기업들이 세금이나 규제 등을 비교해 가장 사업하기 유리한 곳으로 자유롭게 사무소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EU 내 국별로 세율이나 규제 등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기업 이동을 자유화해 국가 간 기업유치 경쟁을 유도,EU 전체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정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맥크리비 위원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EU 역내에서 기업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EU 내 한 국가의 기업이 다른 나라로 본사를 옮기려면 일단 기업을 청산한 후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기업을 설립해야 한다.

유럽 고용주 연합의 제롬 쇼빈은 "이 같은 절차를 밟으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라며 "사실상 기업들의 국가 간 이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기업이동의 자유화를 위해 내년 초에 관련 법안을 마련,유럽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법안이 채택되면 유럽 내에서 기업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영국과 아일랜드,그리고 룩셈부르크가 인기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영국 런던과 아일랜드 더블린 등에는 미국 내에서 기업들의 '안식처'(haven)로 불리는 델라웨어주처럼 기업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두손을 들고 환영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