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17만명.' 2006년 9월 말 현재 예금 등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으면서 주택·토지 등 부동산을 합친 전체 보유재산이 50억원 이상인 대한민국 부자(富子)들의 수다.

가구원 수를 평균 3명으로 가정하면 부유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줄잡아 40만∼50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0.8∼1.0% 정도가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신문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함께 국회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의 도움을 받아 7개 시중은행에 5억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수 등을 분석한 결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이면서 총재산이 50억원 이상인 부자 수는 최소 12만5000명에서 최대 16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부동산이 금융자산의 4배에 달한다는 자산구성 통계를 기초로 한 것이다.

미국 메릴린치증권이 100만달러가 넘는 순금융자산을 보유한 국내 부자 수를 8만7000명으로 발표한 것보다 1.4∼1.9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행정자치부가 작년 말 기준으로 발표한 10억원 이상(공시지가) 토지를 보유한 가구 수가 14만8500가구에 달하고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가구만도 16만5000가구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12만5000명을 넘는 것으로 보이는 국내 부자 수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통계를 보더라도 소득 및 재산에 따른 100개 보험료 납부 등급 가운데 월보수가 1100만원을 넘는 61등급 이상 고소득층 직장 가입자가 5만7000명,같은 등급군의 지역가입자가 7만1000여가구주에 달해 이를 합친 숫자만 해도 12만8000여명에 이른다.

7개 시중은행의 예치자산 5억원 이상 고객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전체의 77%가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선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권 빅3 지역에 29%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통계로 추정한 상위 1% 부자의 금융자산(6월말 기준)은 169조∼224조원 수준으로 부자들을 위한 금융회사 프라이빗뱅킹(개인자산관리·PB)이 급팽창하고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은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전체 금융자산액이 200조원 수준에서 2010년까지 32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PB시장의 잠재적인 고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는 "선진국처럼 부자들이 국내에서 당당하게 돈을 쓰고 그들이 쌓은 부를 존중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말했다.

기획취재부=김수언·주용석·류시훈 기자 indep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