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싶은 첫사랑이 있다.

첫사랑은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이성이기도 하고 문학처럼 자신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첫사랑의 스펙트럼은 그만큼 다양하다.

2003년 '서울특별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 김종은씨(32)의 첫 번째 연작소설 '첫사랑'(민음사)은 제목처럼 다채로운 첫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과 나이가 같고 이름도 비슷한 1974년생 남자 주인공 김정은을 내세우며 그 세대의 대중문화 코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에는 추억의 '쫀드기'가 등장하고 가수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 부제로 붙어 있다.

문학과 철학에서 오랫동안 '고상한' 것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진 전통적인 '사랑' 개념에서 살짝 벗어나 대중가요와 같은 대중적 감성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은 대중문화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그러한 감성이야말로 가장 솔직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인 듯하다.

'74년생'의 세대의식과도 맞물려 있는 이러한 특징은 '첫사랑'의 발랄함과 경쾌함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첫사랑'의 가벼움 뒤에는 '무거움'도 함께 숨어 있다.

문학평론가 채호석은 이에 대해 "독자가 이 발랄하고도 아름다운 지난날의 이야기에서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는 것은 시대와 불화한 '74년생'의 무거움과도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