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사랑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월급을 쪼개 사들인 소장품을 경매에 출품해 화제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을 비롯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송자 대교그룹 회장,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배동만 제일기획 사장,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김장열 중앙약품 사장,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등 CEO 20여명이 한꺼번에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들은 오는 12월12일 미술품경매회사 서울옥션에서 열릴 예정인 '화이트세일' 경매 행사에 자신들이 아끼는 작품을 내놓는다.

한 점에 수백만원이 넘는 미술품들도 일괄적으로 10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최저 판매가격이나 구매 수수료도 없다.

미술시장을 대중화시키고 소외어린이 등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고영훈 황주리씨 등 인기 작가들도 직접 작품을 들고 나와 경매에 부친다.

출품작은 모두 53점.낙찰만 잘 받으면 괜찮은 미술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미술 애호가인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왈종씨의 작품 '제주생활의 중도(추정가 500만~800만원)'를 출품했다.

2003년 갤러리 현대에서 구입한 작품이다.

황 행장은 주말이면 가끔 상업화랑에 들러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컬렉션한다.

젊은 작가 박성민의 작품 '아이스 캡슐(추정가 500만원)'을 들고 나온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 역시 미술시장의 흐름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아트마니아'다.

이번에 출품할 작품은 지난 8월 박영덕 화랑에서 구입한 것.한 사장은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뜨고 있는 30대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배동만 제일기획 사장은 샐러리맨 시절부터 박봉을 쪼개 그림을 사 모은 정통 컬렉터다.

지난 20여년간 컬렉션한 수작만 해도 강요배의 작품 등 여러 점이다.

특히 배 사장은 임직원에게 미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이를 경영에도 십분 활용한다.

배 사장은 이번 행사에 오치균씨 작품 '무제(추정가 600만~800만원)'를 내보인다.

또 이성준 프리마호텔 사장은 호텔 연간 예산 중 1~5%를 예술품 구입에 사용할 정도로 미술을 사랑한다.

이 사장은 이번 경매에 이은호씨 작품 '새(추정가 200만원)'를 내놓는다.

이 밖에 고미술품 컬렉터로 유명한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청자(추정가 700만원)',김우광 SBS프로덕션 사장은 오세영씨 작품 '제왕일기'등 2점,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박성태씨의 설치작품 '무제(추정가 1500만원)',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은 중광의 '벙어리 절간(추정가 500만원)',송자 대교그룹 회장은 권순철씨 작품 '꽃,넋(추정가 400만~500만원)',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은 김환기씨 작품 '점(추정가 4000만~5000만원)',김장열 중앙약품 사장은 임직순 화백의 드로잉(추정가 300만~500만원),정유근 대양상선 사장은 이목을씨 작품 '캔(추정가 500만원)'을 각각 출품한다.

판매액은 전액 소외어린이 돕기에 쓰인다.

경매 프리뷰는 다음 달 7~12일 평창동 서울옥션센터 전시장.

(02)395-033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