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판단은 항상 실패의 위험(리스크)을 안고 있다.

당시에는 가장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서 사후에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기업활동은 위축받을 수밖에 없다."

경영자가 회사에 이익을 준다고 믿고 내린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서는 회사에 손해가 생겼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판단 존중의 원칙(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경영판단의 원칙 세미나'에서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이중대표소송제 도입,회사 기회 유용 금지 등 경영자의 책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경영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기업가 정신이 크게 위축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재계뿐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송종준 충북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환경은 잘 조성되고 있지만 반면에 기업인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피말리는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면 주주들의 소송 남용을 방지하고 이사회에 권한을 집중시킬 수 있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경영을 장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석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주제발표에서 "이미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세기부터 판례를 통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경영판단 원칙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이를 적용한 판례가 많지 않아 답답하다"며 "경영진의 판단과 재량을 존중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충분히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