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국이 러시아의 WTO 가입을 위한 양자 협정에 서명함에 따라 내년께면 러시아가 세계 무역계에 공식 데뷔할 수 있을 전망이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19일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무역·경제부 장관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 중 양자 협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꺼리면서 미국과 마찰을 일으켜 왔고 미국 역시 인터넷이나 비디오 저작권 침해 등을 문제삼으며 러시아의 WTO 가입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 등을 바탕으로 급속히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이번 합의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자 협정 성사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미국에 '북한 및 이란 핵' 카드를 제시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러시아 일간지 카메르산트는 중간선거 패배 후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위기에 처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반대는 해소했지만 러시아가 WTO 가입을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먼저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WTO 가입을 동의하더라도 의회에서 이를 승인해야 한다.

또 당초 러시아의 WTO 가입을 지지했던 그루지야가 최근 이를 철회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