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상역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 패션업계의 '은둔형 수출기업'들이 속속 내수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의 의류 수출로 연간 4000억~6000억원대의 매출을 각각 올리고 있지만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아 '얼굴 없는 미녀'로 불려왔다.

최근 이들 숨은 알짜기업이 환율 불안과 경쟁 심화로 낮아진 수익성 등 악화된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내수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한 것.

◆ 알짜 수출기업들,내수 시장으로 'U턴'

세아상역은 지난 9월22일 조이너스 꼼빠니아 등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업체 나산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제일모직 LG패션 FnC코오롱 등 여성복 사업 확장을 노리는 쟁쟁한 패션대기업을 모두 제치고 3000억원대의 인수가에 나산을 집어삼킨 세아상역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아상역은 비상장기업으로,월마트 K마트 등 미국 등지의 유통업체에 니트 셔츠 등을 OEM 납품하는 수출 전문기업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중국 과테말라 사이판 인도네시아 등 19개국에 해외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52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역시 의류 수출 전문기업인 한세실업도 최근 중견 패션업체 톰보이의 주식을 매집하며 인수합병을 통한 내수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달 19일 특별관계자 2인과 함께 톰보이 주식 30만주(8.63%)를 '투자 목적'으로 장내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한세는 장외에서 꾸준히 톰보이 지분을 추가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향후 경영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톰보이는 창업주인 고 최형로 회장 별세 이후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 M&A 가능성이 높다.

한세실업은 지난 11일 온라인 패션몰 아이스타일24(www.istyle24.com)를 개설,내수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전 세계에 수출해 지난해 6067억원의 매출을 올린 수출업체 영원무역도 올 들어 단 1개에 불과했던 자체 브랜드 '영원(Youngone)'의 매장을 45개로까지 늘렸다.

이를 위해 올초 내수사업본부를 신설,제일모직 마케팅 총괄 출신 배문한 전무를 본부장 자리에 앉혔다.

이 회사는 아웃도어 업계 세계 1위인 노스페이스에 전 세계 유통물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환리스크·수익성 악화 '이중고'

수출을 통해 재미를 보던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뛰어드는 까닭은 국제 거래의 기축이 되는 달러화 가치가 요동을 치면서 환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원·달러환율은 1058~937원대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하루 변동폭이 13%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었다.

수출과 내수 사업을 병행하는 패션업체 신원의 자금담당 임원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또 다른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경우 환율 하락이 단가 인상 요인으로 직접 작용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요동을 쳐 수출 사업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섬유쿼터제 폐지 이후 의류 OEM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수출기업이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생산시설의 대부분을 해외로 옮겨 초기 '차이나 쇼크'를 이겨낸 이들 기업이지만 수익성 악화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진 것.

세아상역과 한세실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2005년 말 기준)은 2%대에 불과,내수 브랜드사업 위주인 제일모직 패션부문(8%대)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최고급 셔츠 한 장의 OEM 수출 단가가 10달러 정도여서 자체 브랜드를 가졌을 경우에 비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패션기업들 간에 M&A 바람이 불어 과거에 비해 내수 시장 진입이 쉬워진 것도 수출기업들의 'U턴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