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여의도版 버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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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거품)은 부동산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증권가에도 만만치 않아요."
여의도에 때아닌 '버블 논쟁'이 화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을 두고 하는 말이다.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들은 대개 회기 마감을 전후한 2∼4월께 애널리스트들과 연봉계약을 맺는다.
증권사 간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물밑작업도 주로 이 기간에 이뤄진다. 그런데 봄철에 일던 스카우트 바람이 최근에는 사계절 내내 부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계약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연봉을 더 올려달라는 겁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경쟁사에서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하더군요. 일단 계약기간인 내년 초까지 기다려달라고 설득했지만 결국 그 애널리스트는 다른 회사로 옮기고 말았습니다."(A증권사 임원)
"시장에서 좀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연봉 수억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합니다. 불과 몇년 새 리서치 인력들의 몸값이 너무 뛰었어요."(B증권사 사장)
C증권사 임원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줬다. "업계에서 평판이 자자했던 인력을 10억원 가까운 연봉에 스카우트했어요. 그런데 막상 영입하고 보니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다음해 연봉을 5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수락하더군요. 그 다음해에는 회사측이 내놓은 3억2000만원 제안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거품'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버블의 원인으로 공급부족과 단기성과주의를 꼽는다. 증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인력양성에 소홀했고,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비싼 연봉을 감수하더라도 외부에서 인력을 빼오는 풍조가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NH투자증권의 시도는 관심을 모은다. 이 회사는 고액연봉자 영입은 최소화하는 대신 젊은 인력을 대폭 충원해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양성중이다. 일부 업종은 해당 업계에서 실무진을 데려와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증권사의 이종승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처럼 선배가 후배의 리포트를 일일이 고쳐가며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부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능력에 따른 보상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조차 거품논쟁이 일 정도라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
여의도에 때아닌 '버블 논쟁'이 화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을 두고 하는 말이다.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들은 대개 회기 마감을 전후한 2∼4월께 애널리스트들과 연봉계약을 맺는다.
증권사 간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물밑작업도 주로 이 기간에 이뤄진다. 그런데 봄철에 일던 스카우트 바람이 최근에는 사계절 내내 부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계약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연봉을 더 올려달라는 겁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경쟁사에서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하더군요. 일단 계약기간인 내년 초까지 기다려달라고 설득했지만 결국 그 애널리스트는 다른 회사로 옮기고 말았습니다."(A증권사 임원)
"시장에서 좀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연봉 수억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합니다. 불과 몇년 새 리서치 인력들의 몸값이 너무 뛰었어요."(B증권사 사장)
C증권사 임원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줬다. "업계에서 평판이 자자했던 인력을 10억원 가까운 연봉에 스카우트했어요. 그런데 막상 영입하고 보니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다음해 연봉을 5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수락하더군요. 그 다음해에는 회사측이 내놓은 3억2000만원 제안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거품'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버블의 원인으로 공급부족과 단기성과주의를 꼽는다. 증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인력양성에 소홀했고,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비싼 연봉을 감수하더라도 외부에서 인력을 빼오는 풍조가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NH투자증권의 시도는 관심을 모은다. 이 회사는 고액연봉자 영입은 최소화하는 대신 젊은 인력을 대폭 충원해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양성중이다. 일부 업종은 해당 업계에서 실무진을 데려와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증권사의 이종승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처럼 선배가 후배의 리포트를 일일이 고쳐가며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부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능력에 따른 보상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조차 거품논쟁이 일 정도라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