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지난 7일. 태국 명문대인 탐마셋 대학의 솜폽 마나랑산 경제학과 교수는 현지 언론을 통해 "아세안 국가에 경종이 울렸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WTO 가입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아세안국가들이 베트남의 약진에 몸을 떨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베트남에 위기감을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호찌민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떨어진 동라이성 빈호아공단에 자리잡고 있는 세아철강 호찌민법인은 그 답을 제시한다. 종업원 100여명의 세아 호찌민법인은 강관 한 품목으로만 연간 2500만달러의 매출액에 15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 업체. 이 회사가 진짜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현재 실적이 아닌 미래에 있다. 1996년 베트남에 진출한 세아는 올초 베트남 파트너인 베트남건설부의 지분을 모두 인수,100% 독자 투자법인으로 거듭났다. 마정락 법인장은 "베트남사업의 목적은 베트남시장이 아닌 동남아 전체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선택한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베트남 빈증성의 미푹산업공단에 설립될 금호타이어의 타이어공장,호찌민 인근 붕따우에 설립될 포스코의 냉연·열연설비 공장 등 최근 이뤄진 대규모 프로젝트가 모두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장을 겨냥한 투자였다. 인텔의 호찌민 반도체공장 투자,캐논의 하노이 프린터 공장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기업이 베트남보다 한 발 앞서 발전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제치고 베트남을 선택했다는 바로 그 점이 지금 동남아국가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동남아시장 전략에서 베트남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 재무부의 규엔 덕 치 은행·금융국장은 "아세안국가들이 이 지역 후발주자인 베트남을 두려워해야 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베트남은 다른 아세안국가와 달리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고,인적자원 및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며 "일본에 밀려 동남아에서 기반을 닦지 못한 한국에 베트남은 동남아 전략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