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디 앨런 감독은 뉴욕 시민들의 사소한 일상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 거장이다.

그는 자신의 소심함과 엉뚱한 면모를 영화 속 주인공에게 그대로 투영시켜 관객을 웃긴다.

어린 시절의 상처나 현재의 고민,열등감 등이 중요한 코믹요소다.

신동일 감독은 장편 데뷔작이자 올해 시애틀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방문자'로 '한국의 우디 앨런'이란 별칭을 얻었다.

삶의 부조리에 대한 심도 깊은 주제의식과 유머를 절묘하게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앨런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방문자'의 호준(김재록)은 우리 사회 지식인의 우스꽝스러운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만사를 삐딱하게 보는 지식인 호준과 착하게 살지만 세상사람들로부터 홀대받는 여호와의 증인 전도사 계상(강지환)이 우연히 만나면서 전개된다.

이혼을 당하고 시간강사 자리마저 잃은 호준은 어느날 자신의 원룸에서 문고리 고장으로 욕실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다.

때마침 전도하러 그 집을 방문한 계상이 호준을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까탈스러운 호준은 극장 직원과 택시 합승자 등 만나는 사람마다 시비에 말려들고,계상은 그를 말리고 다독이느라 분주해진다.

호준이 이혼과 실직으로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이라면 계상은 사회적 편견으로 과외교사 자리를 잃었고,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마저 산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방문자'처럼 살지만 만남을 계기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발견한다.

유머의 핵심은 호준의 태도이다.

자기 신분을 아는 이웃에게는 점잔을 빼다가 낯선 사람에게는 툭하면 시비를 건다.

그러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호준에게서 관객들은 묘한 공감대를 얻는다.

15일 시네큐브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