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수요는 급증하는 데도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2008년 이후 가스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겨울과 같은 이상한파가 또 다시 찾아온다면 난방용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가스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란 전망 배경엔 중국 인도 등의 갑작스런 수요증가 외에도 정부의 수요예측 오판,경제원칙에 맞지 않는 도입주체 다변화 정책 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회에선 정부의 가스정책 실패로 7년간 17조원의 국부를 날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스 수급 어떻길래

가스공사 노조는 국내 천연가스 부족물량이 2008년 366만t,2009년 271만t,2010년 322만t,2011년 622만t,2012년 753만t 등으로 매년 급증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이수호 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2008년부터 천연가스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경고다.

한국의 올해 천연가스 소비물량이 2400만t가량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당장 2008년엔 연간 소비량의 15%,2012년엔 31%가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사 신익수 노조위원장은 "가스공사 실무진의 수요 전망치에서 현재 확보하고 있는 도입계약 물량을 뺀 수치"라며 "수치에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상당한 물량이 부족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특히 인도네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는 230만t이 내년 말로 계약이 끝나는 반면 이를 대체할 다른 대형 공급은 2008년 이후에 이뤄져 내년 겨울께부터 수급불일치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도 "세계 가스시장이 공급자위주 시장(seller's market)으로 전환되면서 수급이 타이트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원유와 더불어 액화천연가스(LNG)를 무차별 수입하고 있는데다 수출국이었던 인도마저 수출을 중단할 방침이어서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 갖고 있는 북해 가스전의 생산량도 줄고 있으며 사할린과 이란의 LNG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제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이 발전연료로 비싼 중유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천연가스를 찾으면서 국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다음 달 발표 예정으로 8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입안 중인 산자부 관계자는 "2년 전 내놓은 7차 계획을 대폭 수정해 필요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스스로 수요예측을 잘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국내 도입주체를 다변화하는 정책을 이제껏 고집하면서 도입이 꼬였다는 분석이다.

도입주체가 늘어나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도입계약도 장기보다는 단기 내지 중기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김형주·조정식 의원은 '정부의 가스산업 정책 파행과 그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정부 정책 실패로 1999년 이후 17조원이 허비됐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 뭔가

산자부는 카타르로부터 20년간 210만t의 천연가스를 도입키로 해 올 겨울은 문제가 없다고 16일 발표했다.

또 내년 초께 가스공사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BP 카타르가스 오만LNG 등으로부터 추가 도입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로부터의 도입시기를 앞당기고 중국 광둥성과의 스와프계약도 강구 중인 대책으로 꼽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스대란을 막지 못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