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구니가 범어사로 와서 불법(佛法)을 물었다.

이에 성수 스님은 "가지고 있는 법은 어찌하고 따로이 법을 묻느냐"고 한 뒤 이렇게 말했다.

"화두나 들고 좌복(방석)에 앉아 세월만 보내면 뒤에 받을 몸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 저 건너 산을 보라.봄이 오면 잎이 나고 가을 오면 낙엽 지네.이밖에 따로 구하지 말라.구한즉 고(苦)가 되느니라."

불법은 마음 밖에 있지 않고 자기 자신한테 있다는 얘기다.

'저 건너 산을 보라'(휴먼앤북스)는 대한불교조계종 전계대화상이며 원로의원인 성수 대선사(83)의 이 같은 선문답과 선법문을 모은 책이다.

다음카페의 사이버선방 '구도역정'(http://cafe.daum.net.kudoyukjung)을 운영하는 김성우씨가 선문답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다.

성수 스님은 법을 묻는 이들에게 "마음의 문이 척 열리고 보면 천하만물이 선(禪) 아닌 것이 없고,세상 만 가지 일이 도(道) 아닌 것이 없다.

눈을 뜨고 보면 나무와 돌도 도를 일러주고,밥솥도 도를 알려주며,발길에 차이는 게 모두 도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난해한 선문답을 쉬운 말로 풀고 역대 선사들의 선문답까지 곁들여 생활 속의 선수행에 도움이 된다.

356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