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0억원이 넘는 주유소 사은품 시장이 생활용품·식품업체들의 재고상품 판매처로 떠올랐다.

연말 들어 매출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소비재 기업들이 주유소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휴지 세제 치약 생수 음료수 등을 대형마트 판매가의 반값에 공급하고 있는 것.주유소들도 거리 제한 폐지 이후 근거리 난립으로 판촉 경쟁이 심해져 사은품 지급에 적극적이다.

소비재 기업들은 '주유소 특판팀'까지 별도로 만들어 사은품 시장 잡기에 나섰다.

주유소 사은품 시장은 연간 52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국 1만1000여개의 주유소에서 차량용으로 약 35조원어치의 휘발유와 경유가 판매됐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대외업무팀장은 "사은품을 주는 주유소가 전체의 절반 정도 되며,일반적으로 주유소에서 지급하는 사은품 평균 가액은 판매액의 3%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커진 사은품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급 단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서울 만리동 D주유소에서는 고객이 5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생수(2ℓ) 6병 묶음'을 사은품으로 준다.

주유소가 사은품 구입에 쓰는 비용은 1500원(판매액의 3%)가량.대형마트에서 평균 3000원에 파는 생수를 절반값에 납품받는다는 얘기다.

A생활용품업체 관계자는 "B주유소를 직영하는 한 업체는 고객에게 나눠 줄 사은품을 대량 공급받기 위해 생활용품 업체를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부치기도 했다"며 "10곳 이상의 주유소를 보유한 법인을 상대로 납품 경쟁을 벌이다 보면 단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떨이' 수준의 공급가격을 마다 않고 달려드는 것은 경기 둔화로 올 매출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쌓여가는 재고 상품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주유소 특판팀'까지 운영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아울렛몰이나 백화점 행사 매장 등을 통해 싼값에라도 재고를 털 수 있는 패션업체들과 달리 대형마트 등 소매점을 제외하고는 판로가 제한적이어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