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62)는 종교인 출신으로 성격은 온화하지만 색깔과 추진력이 분명한 외유내강형 정치인이다.성공회대 총장으로 재직하다 2000년 학교를 떠나 정치권으로 향했고,민주당 창당에 깊숙이 관여해 16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노무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도 이때다. 종교계 학계 정계 관계 재야 민주화운동권 등을 두루 거친 인생역정만큼 사회 각계에 인맥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다. 이 내정자는 2002년 대선 당시 당초 민주당 경선 후보 중 김근태 현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원했지만 김 후보가 사퇴하자 노무현 후보를 돕기 시작했다. 선대위 유세본부장을 맡은 그는 기업자금 10억원을 받아 노 후보측에 전달한 혐의로 구속되는 수난을 겪었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전 총리,천정배 의원,이상수 노동부 장관,정대철 상임고문,김근태 의장,장영달 의원과 가깝다. 정대철 고문과는 경기고 58회 동기동창이다. 열린우리당 내 경기고 인맥인 유재건 신기남 이종걸 의원 등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계에선 신영복(석좌교수) 조희연(사회학) 진영종(영문학) 등 주로 성공회대 교수들과 각별하다. 이 내정자는 성공회대 총장으로 재직할 때,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신 교수를 조건 없이 영입하고 조 교수,진 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들을 교수로 채용해 성공회대를 비판적 지식인의 메카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젊은 지식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관계에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임창열 전 경기지사,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최인기 민주당 의원과 막역하다. 이들과는 경기고를 함께 다녔다.

종교계 인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 총무를 지낸 권호경 김동완 목사,민주화운동을 하며 동고동락했던 천주교 함세웅 신부,불교 청와 스님 등과 교분이 두텁다. 교계에서 은퇴했지만 한국투명성기구(반부패국민연대) 회장을 맡고 있는 재야 운동가 김상근 목사와는 언제든지 만나는 둘도 없는 친구다. 김 목사는 "유신시대였던 1970년 이 내정자를 만나 36년간 떨어져 본 적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충돌하거나 갈등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또 재야 민주화운동의 대표적 문인들인 고은 시인,소설가 유시춘씨와 '동지' 사이며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교류가 깊다.

재계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절친하다. 김 회장과의 인연은 김 회장 집안 모두가 대한성공회 서울 정동대성당을 다니는 독실한 신자인 데다 김 회장과 선대가 성당의 재정에 상당히 기여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내정자가 성공회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회장은 성공회대 이사장직을 맡아 '이-김' 콤비가 오늘날의 성공회대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내정자는 경기고 58회 동기동창인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논설주간),박용현 두산그룹 연강재단 이사장(전 서울대병원장),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도 가깝다.

이해찬 전 총리,정대철 고문,최규철 고문,신영복 교수,김상근 목사는 이 내정자와 정기모임을 갖는 '삼토(三吐)회' 멤버다. 옛 중국의 주공(周公)이 식사하는 동안 세 번이나 입에 든 음식을 토해내고 찾아온 손님을 극진하게 맞이했다는 고사에서 이름을 따온 이 모임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김홍열·강동균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