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불교의 비구니,천주교와 성공회의 수녀,원불교 여자교무들 16명이 함께 세계 성지순례에 나섰다.

자칫 껄끄러울 수도 있는 여러 종교의 여성 수도자들이 모인 것도 흥미로운데 함께 성지순례를 떠난다니….

이들의 성지순례는 그래서 출발 전부터 대단한 관심사였다.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조연현 글·사진,비채)는 그 19일간의 기록이다.

가톨릭·불교·원불교·성공회의 여성 수도자 모임인 삼소회(三笑會) 회원들이 종교 간의 화합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전남 영광의 원불교 성지를 시작으로 석가모니가 첫 설법을 한 인도 바라나시의 녹야원과 부다가야의 대각지,영국 캔터베리 대성당,런던의 이슬람 중앙성원,이스라엘의 기독교 및 이슬람 성지,프란체스코 성인의 유적지인 이탈리아의 아시시,바티칸 교황청 등을 함께 순례했다.

이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순례의 전 과정을 기록한 저자는 "종교가 서로 다른 수행자들이 장기간 함께 지내는 것은 또 한번의 출가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순례자들은 종교 간에 가로놓인 전통의 차이와 편견의 벽을 수시로 절감했다.

"스님은 깎은 중,수녀님은 (베일을) 쓴 중,교무님은 (머리) 긴 중,생긴 것은 달라도 우린 모두 중 아닙니까"라며 호쾌하게 시작했지만 현실은 만만찮았다.

식탁에 올라온 젓갈과 고기에 대해 스님은 거부감을 느꼈고 "기독교인은 고기를 많이 먹는군요"라는 스님의 말에 수녀들이 상처를 받았다.

저자는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순간을 겪으면서도 순례단은 점점 마음의 빗장을 열어갔다"고 했다.

시크교 사원에선 그 종교의 전통에 따라 머리에 두건을 쓰고 함께 기도했고,예루살렘 성지에선 예수님의 순명에 수녀들뿐 아니라 스님과 교무들도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함께 흐느꼈다고 한다.

"용서는 자신에게 베푸는 최고의 선,사랑은 상대에게 전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순례단의 체험이 감동으로 전해온다.

286쪽,1만9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