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와 연세대에 휴대폰 학과를 만든다고 발표해 교육계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급 명품 휴대폰과 4세대(G) 이동통신 등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학과 손잡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직접 육성하기로 한 것.삼성전자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입학생 전원의 학비와 교재비,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으며 졸업생의 입사도 보장했다.

삼성전자가 대학과 휴대폰 관련 고급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산학협력 사업을 펼치는 것은 1996년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성균관대에 신설해 반도체 관련 '주문형 전문 인력'을 양성한 것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접 대학원 과정을 설계해 운용할 경우 실무에 꼭 필요한 전문 지식을 대학에서 습득해 입사 후 재교육 기간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고급 기술 인력을 대학과 기업이 함께 양성하는 것이 매우 드문 사례로 언론의 관심을 끌지만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이 같은 인재양성 방식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1958년 설립된 핀란드의 울루 대학은 삼성 스타일의 산학 협력을 일찍부터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다.

정보기술(IT) 클러스터로 유명한 울루 테크노폴리스의 거점 대학인 울루 대학은 북부 핀란드 지역의 인력 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울루 대학의 커리큘럼은 철저하게 울루 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한 기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현재 울루 테크노폴리스에는 노키아 HP SUN 엘코텍 등 250개 IT 기업이 입주해 있다.

울루 대학은 이 기업들에서 일할 기술 인력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울루 대학은 현장 적응력이 매우 높은 졸업생을 배출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업의 실제 생산 공정을 염두에 두고 기업과 대학이 함께 만든 커리큘럼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이나 실습 중심의 강의를 하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별도의 직무교육 기간 없이 기업에서 바로 일할 수 있다.

대학원생과 박사과정 학생이 교수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는 연구 프로젝트도 철저하게 기업의 입맛에 맞게 이뤄진다.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부터 기업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기업은 적은 연구 투자비로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고 대학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은 관련 기업에 손쉽게 입사할 수 있다.

대학과 기업 학생 모두가 윈윈을 이루는 전략인 셈이다.

핀란드 정부는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의 연구 주제에 대해 2개 이상의 기업이 관심을 보이면 연구비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인재포럼 둘째날 T-2 세 번째 세션에서는 '산학 협력의 교과서'인 울루 대학과 울루 테크노폴리스의 사례가 상세하게 소개된다.

마르티 라우노넨 핀란드 테크노폴리스 부사장이 포럼에 직접 참여해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첨단 지식이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사이를 원활하게 흐를 수 있게 하기 위한 핀란드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아울러 산학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