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혁신클러스터의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인 라이텍코리아는 올해 초 네온사인을 대체할 'LED 라이팅 바'를 개발해 현재 시판을 앞두고 있다.

LED 라이팅 바는 기존 네온사인에 비해 전력효율이 높고 환경오염 우려가 적어 내년에 해외 매출만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제품이다.

최근 LED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제품이 탄생한 데에는 라이텍코리아가 혁신클러스터 입주 기업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라이텍코리아는 개발 과정에서 LED 조명 제품이 회로가 복잡해 설치가 어렵고 방열·방수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전해들은 광주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이 한국광기술원 LED사업단의 조명 분야 전문가를 소개했다. 라이텍코리아는 한국광기술원 전문가와 공동연구를 통해 LED 조명 제품을 간단한 회로로 구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회사 심상인 사장은 "혁신클러스터에 입주해 있지 않았다면 제품 개발이 1~2년은 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클러스터가 기업 발전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광주,창원 등 7개 산업단지에 형성된 혁신클러스터가 개별 기업 혼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혁신을 이끌어내며 1년반 만에 새로운 산업 네트워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 구축

혁신 경영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그의 저서 '다이아몬드 이론'에서 투입,수요,경쟁,연관 산업 등 4가지의 기업 환경 요소를 강조했다.

혁신클러스터는 이들 네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집합체로 기업체,대학,연구기관,기업 서비스 지원기관 등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있으면서 서로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혁신을 이뤄내는 산업 거점이다.

정부는 연구 기능은 수도권으로,생산 기능은 지방 산업단지로 각각 분리돼 있는 기존 산업단지 시스템으로는 국가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2004년부터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스웨덴 '시스타',핀란드 '울루' 등 선진국 클러스터를 한국에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2004년 6월 주요 정책 과제로 '산업단지 중심의 혁신클러스터화 사업'을 발표하고 창원(기계),구미(전자),울산(자동차),반월·시화(부품소재),광주(광산업),원주(의료기기),군산(자동차·기계부품) 등 7개 시범단지를 선정했다.

이어 2005년 4월에는 각 시범단지별 추진단을 구성해 혁신클러스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클러스터 사업 추진 체계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정책 총괄을 맡고 산업자원부 내 혁신클러스터추진위원회가 구체적인 정책을 조정·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에 걸쳐 산재한 국가단지를 관리·운영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사무국의 기능을 갖고 지역별로 추진단을 둬 현장 집행을 수행하고 있다.

단지별 추진단장은 전문성과 지도력을 갖춘 인근 대학의 총장이나 공과대학장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 한국형 클러스터 모델 '미니 클러스터' 도입

혁신클러스터는 해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도 한국형 모델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두레와 품앗이 모델을 적용시킨 '미니 클러스터'다.

시범 단지별로 4~14개 산·학·연 미니 클러스터를 구성,협업을 통해 각 기관의 기술적 애로를 해결해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전국 48개 미니 클러스터에 2022개 기업과 920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구미 혁신클러스터의 자동화기기 업체인 미우엔지니어링도 미니 클러스터를 통해 기술적 난관을 극복했다.

이 기업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강화유리 커팅 장비를 개발하던 중 정밀연삭가공 기술력에서 한계에 부딪쳐 소속 미니 클러스터인 '메카트로닉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메카트로닉스는 지역 대학인 금오공대로 하여금 관련 기술을 지원토록 해 상용화를 크게 앞당겼다.

이 장비는 출시될 경우 수년 내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미우엔지니어링의 사례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모두 1086건의 기술 애로사항들이 미니 클러스터를 통해 해결됐다.

각 클러스터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네트워크도 혁신클러스터만의 특징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각 혁신클러스터는 실시간으로 클러스터 현황,미니 클러스터 활동,개발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해 클러스터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

또 특허기술과 장비·인력의 공동 활용도 모색하고 있다.


◆ 2013년까지 수출 3배로 늘린다

혁신클러스터는 이제 중소기업들의 성장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원주혁신클러스터는 의료기기 부문 특화로 최근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수출 2600만달러에서 올해는 8200만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집적단지인 반월·시화 혁신클러스터는 2013년까지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150개 정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광주혁신클러스터는 단지 조성 7년 만인 지난해 생산액이 2조9000억원에 육박,광주 전체 제조업의 13%를 차지했다.

창원혁신클러스터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계산업 분야의 국산화에서 앞선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클러스터 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2003년 기준으로 7개 시범단지에서 이룬 670억달러의 수출 규모를 오는 2013년까지 3배 수준인 1940억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혁신클러스터가 제2 경제도약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에 혁신클러스터가 앞장 서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