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단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지 10여일 만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더구나 신도시와 같은 핵폭탄급 정책이 관련 부처 간 충분한 협의없이 '깜짝쇼'로 이뤄졌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내놓은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들도 거의 누더기가 돼 버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충고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즉흥적인 정책에 멍드는 서민들

인천 검단신도시 발표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참여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을 탈피,'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할 때 이미 혼란이 예견됐다는 말이다.

핵폭탄급인 내용에 비해 발표 과정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는 신도시 발표 뉴스를 담은 신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검단신도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추병직 건교부장관은 지난달 23일 건교부 기자실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그는 신도시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을 뿐 부동산 시장에 혼선만 일으켰다.

신도시 건설 계획을 곧 발표한다고 하고서는 발표 시기를 며칠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과거 신도시 발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카드를 시장에 미리 보여준 셈이다.

정부의 패를 읽은 시장은 정부의 뜻과는 전혀 반대로 움직였다.

신도시 발표로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실수요자들이 대거 집을 사려고 뛰어든 것이다.

그러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던 집값이 요동쳤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졌다.

재정경제부 국방부 환경부 등도 건교부의 일방적인 신도시 발표 계획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관련 부처간 협의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갈피를 못잡자 정부는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며칠 만에 신도시 기본 계획이 바뀐 것이다.

이 같은 설익은 정책으로 멍드는 것은 집없는 서민들의 가슴이다.

집값 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신도시 전략이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재산 목록 1호는 집이다.

평생을 벌어 집 한채를 산다.

정부의 정교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와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

지난 3일 신도시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량을 늘리기로 한 것도 일관성을 잃은 정책이다.

신도시는 쾌적한 주거환경이 장점인데 정부가 이를 거스리려는 것밖에 안 된다.

오히려 도심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도심 재건축을 꽁꽁 묶어두고 시 외곽을 고밀도로 개발한다는 것은 도시 구조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질 뿐이다.

당연히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은 회복하기에 너무 깊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으로 서민들은 집을 사야할지,팔아야 할지,기다려야 할지 헷갈려 한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도 정부는 기다리라는 신호만 보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어 서민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공급부족이 해소되기에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집값은 당분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일부는 거품이 끼어있어 조만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서 전세로 사는 Y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피해자다.

검단신도시 발표 이전부터 집을 사려고 했으나 정부의 말을 믿고 몇 년을 기다렸다가 신도시 발표를 보고 포기했다.

자칫하면 영원히 내집 마련을 못하겠다는 생각에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을 보러 나섰으나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거나 집값을 올려 번번이 계약에 실패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